[프리즘]카메라 모듈

카메라에 대한 내 추억은 조금 남다르다. 대학 입학 선물로 받은 니콘 FM2 카메라는 사진의 매력을 알게 한 매개였고, 장래 직업으로 사진기자까지 꿈꾸게 만들었다. 실력이 부족해서 지금은 사진을 업으로 삼지 못했지만 카메라는 늘 로망의 대상이었다. 특히 100년 역사의 광학 기술이 녹아든 니콘과 캐논 카메라는 대체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소식이 들려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니콘이 올 3월 결산에서 90억엔(약 905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니콘은 2018년까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스마트폰 카메라가 지목됐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고성능으로 발전하면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니콘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니콘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캐논도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 삼성은 디지털 카메라 생산 자체를 중단했다. 국산 카메라의 자존심을 이어 오던 삼성에서 GX1이나 NX1과 같은 '명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아쉬움과 함께 씁쓸함까지 남겼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필름 카메라의 뒤를 이제 디지털 카메라도 뒤따를까.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카메라 모듈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출이 5.9% 감소한 가운데 카메라 모듈 수출은 109% 성장했다.

카메라 모듈은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광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꾼 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에 이미지로 보여 주는 부품이다. 기술상의 정의는 이렇지만 스마트폰 앞뒤에 달린 카메라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작은 유리처럼 보이는 부품의 위세가 놀라울 따름이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에 듀얼 카메라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에도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양사의 카메라 모듈 매출은 올해 5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면 이제 새로운 카메라 명가도 우리나라에서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디 시장과 산업의 변화에 선제 대응, 주도권을 오래오래 잡았으면 한다.

LG이노텍 직원이 카메라 모듈을 보이고 있는 모습(제공: LG이노텍)
LG이노텍 직원이 카메라 모듈을 보이고 있는 모습(제공: LG이노텍)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