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기업도 협치 파트너다

[데스크라인]대기업도 협치 파트너다

'대통령 문재인 호(號)'가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협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주변과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선 첫날인 10일 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곧바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순서대로 방문했다. 각당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치하고 협력하는 국정 운영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당과의 소통 지속도 약속했다.

국민 대다수가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여야가 힘을 합쳐 국정 운영에 강한 동력을 얻자는 접근에는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첫 행보에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협치는 정치권만의 이슈가 아니다. 정권과 경제계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부 신설과 공공 분야 일자리 확대를 주요 경제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내 대기업과의 관계와 역할 관련 이야기는 적은 편이다. 취임사에서 '재벌 개혁에 앞장서겠다'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는 말이 포함됐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탄핵 이후 적폐 청산을 키워드로 내세워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 지난 정권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해 온 대기업과의 협력에는 부담스러운 면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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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가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해 온 기능과 역할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그동안 대기업 투자와 고용에서 실제 기업 활동에 필요한 부분 이외의 일정 '역할'이 있었다. 고용과 투자를 늘리면서 국정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협의도 하고 역할론도 나온 것이다.

삼성과 롯데 등 복수의 대기업과 총수 일가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기업 추가 수사 가능성도 남아 있다. 재계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적극 시도하기보다 잔뜩 웅크린 모양새다.

기업이 뇌물죄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깊이 있는 소통을 하기는 어렵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 확대를 조건으로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시도 자체가 짬짜미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의 이득만을 위한 요구, 중소기업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대기업의 요청은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옳다. 부정을 막자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대기업이 적극 행보에 나서면서 국내총생산(GDP)이나 수출 총량을 늘리는 일이라면 정부와 기업의 적극 협력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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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 이후 재계는 정부와의 교류에 매우 소극적이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치와 경제 두 축이 모두 균형 있게 굴러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야당과의 적극 협치를 선언했다. 경제계와도 더 많이 소통하고 좋은 발전 방안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야당을 방문한 것을 흠결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경제계와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기업과의 건전한 관계를 제안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대기업을 반대나 대결 진영으로 봐선 안 된다. 협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