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청년들은 일할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대학이 노력해 왔지만 데이터를 보면 성과는 의문투성이다. 2016년 기준 20대 실업률은 9.8%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고용률은 5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학생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졸업 후 1년 동안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구직을 포기한 '니트(NEET)족 비율은 17.3%에 이른다.
직장의 질도 문제다. 어렵게 취업해도 1년 내 퇴사율은 27.7%(2016년)다. 2010년 15.7%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49.1%)'가 퇴사 주요 이유다. 기업들은 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실무 능력에 의문을 품는다.
필자가 속한 대학은 산·학 협력 특성화 대학이다. 학생들은 3학년 때부터 기업에 현장 실습을 나가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기르고, 캡스톤 디자인을 통해 기업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기업은 대학 내 연구소를 두고 교수와 학생이 24시간 공동으로 연구한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을 채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산·학 협력 기반의 교육과 연구를 강화한 결과 우리 대학은 6년 연속 수도권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취업 유지율도 96.1%로 국내 대학 가운데 1위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 저고용으로 대표되는 뉴노멀 시대의 도래는 산·학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로 미래 지향형 산·학 협력이다. 이제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 공급 역할에 그치지 말고 미래 산업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를 키우고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융합'과 '초연결성'을 통해 기술과 산업을 상상도 못한 속도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인력·자본 부족으로 미래 산업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기술을 선제 개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로 능동형 산·학 협력이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2개 축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기존 기업이 성장하면서 만들어지고, 다른 하나는 창업 기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기존 기업은 성장해도 이제 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스마트공장 대표 사례인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 부품공장은 25년 전에 비해 생산량은 8배 늘어났지만 일자리는 1000명으로 동일하다. 포스코도 2007년 대비 매출은 76% 늘어났지만 일자리는 0.5% 증가에 그쳤다.
결국 일자리가 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이 나와야 한다. 창업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보유한 대학이 선봉에 서야 한다. 당장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대, 중국 중관춘에는 칭화대, 독일에는 베를린공대, 핀란드에는 알토대가 있다. 능동형 산·학 협력이란 대학이 기존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수동형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대학 스스로 창업기업을 길러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산(産)'과 '학(學)' 일체화의 산·학 협력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 대학의 경우 지난 6년 동안 57명이 기업을 창업, 본교 학생 187명을 채용했다. 학과에서 1등으로 졸업한 학생이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선배가 창업한 기업에서 함께 일하며 꿈을 키워 나가기도 한다.
셋째로 지역에 기여하는 산·학 협력이다. 최근 세계경제협력기구(OECD)는 연구, 교육, 혁신 간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한 지식 트라이앵글 관점에서 지역 혁신에 기여하는 대학의 새로운 역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지식 트라이앵글 관점에서 볼 때 세 부분의 활동에 모두 참여하는 대학이 역할을 주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산·학 협력의 패러다임 변화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업가형 대학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기업가형 대학이란 대학 운영에서 기업가 마인드로 연구 성과를 사업화함으로써 재정 독립성을 확보하고, 연구 및 운영의 방향성을 자율로 결정하는 대학이다. 미래 인재를 기업에 공급해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창업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서 지역과 함께 웃는 기업가형 대학이 앞으로 많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mgkang10@kp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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