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가연구개발정보, 국민 품으로](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3586_20170516145710_031_0001.jpg)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가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국민이 알아주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겪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지식서비스(NTIS)는 국가 연구개발(R&D) 지식 포털로, 우리나라에서 수행한 모든 정부 R&D 과제를 비롯해 연구 인력이나 시설 장비 및 성과 등 데이터를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연구 데이터의 총화다.
정부는 NTIS를 통해 지금까지 정부 R&D 정보 422개 항목 가운데 118개 항목의 서비스만을 국민에게 제한 제공했다. 이 정도 수준의 지식 정보 서비스만으로도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자는 연구에 도움을 받았다.
이런 NTIS가 올해 510만건의 국가 R&D 정보를 과학기술자나 정책 입안자라는 한정된 이용자 범주에서 모든 국민에게 전면 개방한다. 여기에 학술논문을 비롯한 특허, 동향 정보 등 8000만여건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정도 규모의 국가 R&D 정보는 단순하게 많은 정보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정련된 연구 데이터의 빅데이터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엄밀히 말하면 데이터에 기반을 둔 산업혁명이다.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으면 인공지능(AI) 알파고도 왓슨도 한낱 규칙 기반의 소프트웨어(SW)에 지나지 않는다. 가상현실(VR) 기술이 고도화되고 최고의 헤드업마운트디스플레이가 만들어진들 이를 통해 볼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준비됐는데 분석할 빅데이터가 없다면 그 모든 것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왜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세계 66개국 8000여명의 과학자들이 글로벌 협업을 통해 지난 40여년 동안 가설로 존재해 온 힉스입자의 실체를 규명했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해진 것은 순수한 과학의 열정과 열린 마음으로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모든 연구 데이터를 공유한 덕이다. 오픈 사이언스의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현대 과학계는 이론과 실험 중심 연구보다 연구 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 수행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왜냐하면 연구 데이터의 활용이 R&D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연구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과 오픈 사이언스의 열쇠다.
정부가 우리나라 과학과 산업 발전을 위해 NTIS를 개방한 이유가 바로 4차 산업혁명과 오픈 사이언스로 향후 우리나라 100년을 책임질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NTIS 개방을 확대하면 중요한 국가 지식 자원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애국심 발로의 우려도 있다. 그렇지만 개방을 통한 가치 창출과 현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개선하는 등 국가 전체 측면에서 얻게 되는 이익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손해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크다. 이에 따라 국민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NTIS를 대폭 개방했다. 과학기술 대중화 시대가 본격 개방되는 것이다.
서비스 이용도 훨씬 쉬워진다. 기존에 며칠이 소요되던 자료 수집 시간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자주 이용하는 데이터는 패키지 형태로 바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 과학 기술 선진국과 연계해 R&D 데이터와 협업 연구자의 정보도 제공할 것이다. 국제 공동 연구를 활성화시켜서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제2, 제3의 힉스입자 발견 사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연구 데이터는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가치다. 국가 R&D 정보인 고부가 가치의 연구 데이터를 완전하게 공개했다. 이제는 국민의 참여와 활용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이 NTIS의 가치를 알아주는 바로 그 순간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는 시점임이 분명하다고 확신한다.
남영준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namyj@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