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이 큰 폭으로 축소됐다. 중국 내수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중국 TV 제조사 출하량이 일제히 감소한 영향이 컸다. 수요가 줄어든 것은 패널 가격 상승으로 TV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TV 시장 위축이 지속되면 패널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올 하반기부터 패널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1분기 세계 LCD TV 출하량은 4405만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8.4% 감소했다. 직전 분기보다는 무려 31%나 줄었다. 1분기 부진은 중국에서 춘제 특수가 사라지는 등 내수 시장이 침체를 겪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중국 TV 제조사들은 대부분 30~40% 출하량이 줄었다.
업체별 순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1, 2위를 지켰다. 그 뒤를 TCL, 하이센스, 소니 가 이었다.
삼성전자는 1010만대를 출하, 점유율 22.9%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640만대를 출하, 점유율 14.5%로 2위를 지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전 분기 대비 각각 35%, 12% 출하량이 줄었지만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판매해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TCL(280만대)과 하이센스(250만대)는 각각 3, 4위로 한 계단씩 상승했다. 소니는 210만대로 직전 분기 3위에서 5위로 떨어졌고, 전 분기 대비 감소폭도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가장 큰 47%나 됐다.
1분기가 계절성 비수기이지만 전년 대비로도 시장이 감소한 것은 그만큼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패널 가격이 높아지면서 제조사들이 TV 가격을 높였고, 소비자도 구매를 꺼린 것으로 보인다.
위츠뷰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 올해 세계 TV 출하량 전망치도 내려 잡았다. 당초 2억2400만대를 예상했지만 최근 2억1900만대로 약 2.2% 낮췄다.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는 TV 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TV 판매량이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패널 수요가 줄고 공급 부족이 완화,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널 가격 하락은 패널 제조사의 수익성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로 패널 가격 부담 때문에 TV 제조사가 2분기 출시한 신제품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 위츠뷰는 다수 TV 브랜드가 북미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월마트와 신모델 가격 5~20% 인상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TV 가격이 오르면 부담을 느낀 소비자는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 TV 제조사는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 내수 수요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반기 패널 가격 흐름을 두고 디스플레이 업계 의견은 엇갈렸다.
인상한 TV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구매를 줄이면 TV 완제품과 패널 재고가 쌓인다. 패널 재고가 쌓이면 공급 부족이 완화, 수급 균형을 이루게 된다. 패널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이후 중국 8세대 신규 라인이 가동하는 것도 가격 하락을 점치는 요인이다. 신규 라인에서 점차 생산량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시장에 패널 공급량이 많아져 가격이 하락한다.
반면에 50인치 이상, 특히 60인치 이상 대형 수요가 계속돼 대형 패널 공급 부족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가격 부담을 느낀 TV 제조사가 인기 모델 위주로 생산하면 대형 패널 중심으로 가격 인상 흐름이 유지될 수 있다.
업계는 하반기 패널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가격대는 안정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패널 가격이 하락해도 패널 제조사의 수익에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패널 가격 상승폭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둔화되는 추세다. 높은 가격대 유지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진한 IHS마킷 이사는 “TV 가격을 인상하면 판매가 줄어들게 돼 하반기 패널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면서 “하반기부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패널 제조사는 여전히 두 자릿수 이익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1분기 세계 LCD TV 출하량 현황(단위:백만대), 자료:위츠뷰>
<월별 TV용 패널 평균가격 추이(30~60인치대), 자료:위츠뷰>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