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향방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당시부터 한미 FTA를 포함해 미국이 맺은 모든 자유무역 조치들이 자국 무역적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뺏는 나쁜 협정이라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한미 FTA를 손보겠다는 의지를 속속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발효 5년이 지난 한미 FTA도 어떻게든 재협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FTA를 배격하는 지, 그리고 한미 FTA는 과연 미국이 말하는 대로 나쁜 FTA인지 알아봅시다.
Q: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는 한미 FTA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A: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8월 버지니아 및 미시건주 유세 과정에서 한미 FTA를 처음 언급합니다. 그는 한미 FTA는 일자리 킬러이자 재앙이며, 발효 이후 애초 예상했던 일자리 7만개 창출 대신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100억달러 이상 무역적자가 확대됐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자유무역에 따른 불이익을 배격하고 미국 중심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겠다는 통상 정책의 연장선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에 대한 입장 제시를 통해 보호무역주의를 본격화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미국 행정부 요인들이 한미 FTA에 대해 언급합니다. 지난달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미 FTA를 개선(reform)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시발점입니다. 또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도 “잠재적으로 한국과 재개(reopen)하는 것을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전후한 지난달 말 “끔찍한 협상을 재협상 또는 종료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습니다.
Q: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재협상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가장 큰 표면적인 이유는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이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실제 한미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이득을 본 무역수지 흑자는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232억5000만달러로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116억4000만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역수지 불균형이 모두 한미 FTA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 중 많은 부분이 자동차 수출로 발생한 것인데, 자동차 수출이 한미 FTA 수혜를 본격적으로 본 것은 지난해부터이기 때문입니다. 한미 간 무역수지 추이는 세계적 교역동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미 FTA로 미국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도 재협상 주장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한미 FTA 발효 당시 미국이 예상한 일자리 창출 전망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양국의 주장과 입장이 조금 다른 부분입니다.
Q:한미 FTA는 그동안 어떤 성과를 거뒀나요?
A:미국의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미 FTA가 양국이 모두 이익을 보는 상호호혜적 FTA라고 주장합니다. 우선 세계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한미 간 교역은 증가세를 지속했습니다. 2012년 3월 한미 FTA 발효 이후 세계 교역이 연평균 3.5% 줄어든 반면, 한미 교역은 연평균 1.7% 늘었습니다. 이 같은 교역 증가로 상대국에서 차지하는 한미 상품의 점유율도 모두 상승했습니다.
또 상품과 인적 교류 확대로 양국 간 서비스 교역이 증가하고 양국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에도 기여했습니다. 한미 서비스 교역은 한미 FTA 발효 후 8.8% 증가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적자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서비스 수출에 비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지불하는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이 크게 늘어난 탓입니다. 우리나라 업체들의 대미 투자는 2016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Q:한미 FTA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A: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재협상 논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미국은 우선 NAFTA에 대한 재협상을 본격화하고 있어 이 재협상이 완료되는 시점에 한미 FTA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한미 FTA 재협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협정으로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너무 앞서 겁을 먹을 필요도 없다는 분석입니다. 철저하게 대비해 우리 이익을 관철시키고 우리나라가 견지하는 자유무역체제의 우수성과 필요성을 소통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함께 읽어볼만한 책]
'거래의 기술' 이재호 번역, 살림 펴냄
1987년 도널드 트럼프가 저널리스트 토니 슈워츠와 공동으로 펴낸 책.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월스트리트저널이 트럼프의 변칙적인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 책을 소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책에는 트럼프가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고 삶을 꾸려가는지 그의 활동 내역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책에서 발견하는 그는 허세 가득한 사기꾼이 아니라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가이자 거래의 달인이라고 평가한다.
'한미 FTA의 쟁점과 이해' 문병철 지음, 오름 펴냄
한미 FTA라는 통상 규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쓰여진 책. WTO 통상 규범은 너무 난해해 이해 당사자들이 접근 자체를 회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 얻기 위해 FTA 규범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한미 FTA를 어떻게 활용하고 재협상을 포함해 국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참고서가 될 만하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