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동차산업 생태계, 대기업간 협력이 필요하다

전자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가전·정보기술(IT) 산업에서 갈고 닦은 최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용 전장·부품 시장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일구겠다는 각오다.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미래 자동차 분야 최고 기술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22일 밝혔다. 자동차 전장 시장에 한발 먼저 뛰어든 LG전자는 자동차 관련 국제 표준화단체 부회장사를 맡으며 보폭을 늘리고 있다.

한국 완성차 업계는 짧은 기간에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들을 누르고 급성장했다. 자동차용 소재·부품·소프트웨어(SW) 등 후방산업은 그 위상에 크게 못 미친다. 자동차 기술 부품은 한 번 채택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 전통 글로벌 부품업계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동차 산업 역사가 일천한 한국 부품·전장업계로서는 대적하기 어렵다. 일단 한 번 시장을 뚫으면 안정되지만 그 단계에 오르기까지 앞선 경쟁사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국내 자동차 전·후방 대기업 간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공동 개발 소식은 간간이 들린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성공 협력 사례는 없다. 갑·을 문제가 아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면 적극 협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윈-윈할 수 있는 구조 정착이 우선이지만 수직 계열화에 익숙한 국내 대기업의 구조상 쉽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전방(완성차)산업은 글로벌 5위권이다. 한국 자동차 후방산업계(전장 부품)를 노크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도 늘고 있다. 후방산업도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자동차 전·후방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정책상의 접근이라도 해야 할 타이밍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전기자동차, 스마트카, 커넥티드카 등 빠르게 융합·진화하는 자동차 산업은 우리 경제를 이끌 대표 아이템이다. 전자 산업의 태생 배경인 대기업과 자동차 산업에서 일가를 이룬 대기업이 힘을 합쳐 세계 자동차 산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성공 스토리를 탄생시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