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떴다방'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휴대폰 판매점이 아닌 일반 사무실로 침투하는 신종 수법이 등장했다. 고객 유인 방법도 온라인 커뮤니티 공개에서 인터넷 주소(URL)와 단체 채팅방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능화됐다.
22일 새벽 1시 서울시 양천구 목동 'OO 타워' 601호 사무실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20대 남성에게 “'목동알고사' 보고 왔다”고 말하자 안내했다.
목동 **타워 601호는 휴대폰 떴다방이다. 일반 사무실이 휴대폰 떴다방으로 변질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로 휴대폰 유통점을 휴대폰 떴다방으로 활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고객 유인 수법도 치밀했다. 뽐뿌·알고사 등 커뮤니티에 정체 모를 인터넷 주소(URL)를 남겼고 클릭하면 사전 개설한 단체 채팅방으로 즉시 연동됐다.
기존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 이후 쪽지와 댓글 등으로 좌표(떴다방 위치)를 교환하거나 미리 모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입자에게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목동 OO타워 휴대폰 떴다방 단체 채팅방 이름은 '목동알고사'다. 스필반이라는 아이디(ID)를 가진 운영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남겼고 미리 접속한 이용자가 지인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채팅방 전체 접속자가 순식간에 100명을 넘겼다. 운영자는 새벽 3~4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라며 현장 방문을 유도했다.
이날 현장에 준비된 스마트폰은 갤럭시S8·갤럭시S8 플러스 100여대다.
직원은 계산기에 '25'를 보여주며 현금 25만원을 지불하면 절차가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갤럭시S8 64GB(출고가 93만5000원)를 6만원대 요금제 가입 조건으로 2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동통신사 지원금이 약 14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법지원금이 55만원가량 살포된 셈이다. 갤럭시S8 플러스는 31만원, 128GB 모델은 47만원에 구입 가능했다.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이다.
현금 인출을 위해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하자 현장 직원이 서류에 작성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 '단속반'인지 확인하는 등 만일 사태에 대비했다.
새벽 영업을 완료한 목동 OO타워 떴다방 행적을 추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커뮤니티 글은 흔적 없이 삭제됐다.
목동 OO타워 떴다방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예측불허다. 휴대폰 떴다방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속과 제재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뛰는 방통위 위에 나는 떴다방'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