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투자와 R&D가 가져온 위기 극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6/960348_20170604145124_141_0001.jpg)
가전산업은 사양산업일까, 효자산업일까. 2000년대를 전후해 가전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백색가전 시대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성장률과 이익률 모두 한계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면서 가전산업을 되살렸다. 위기는 또 찾아왔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성장하면서 세계 가전업체들이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내몰렸다.
이번에도 삼성과 LG는 해법을 찾아냈다. 시장에 있는 경쟁 제품보다 한 차원 위의 기술과 품질로 가격 경쟁을 뛰어넘었다. 현재 삼성전자 무풍에어컨과 사물인터넷(IoT) 냉장고 패밀리허브, LG전자 트윈워시와 상냉장·하냉동 냉장고 등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특히 1분기 LG전자는 글로벌 가전업계에서 찾기 힘든 두 자리 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가전산업 흐름은 산업마다 사이클이 있어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음을 보여준다.
눈을 조금 옆으로 돌려보자. 올해 초호황을 맞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도 불과 몇 년 전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반도체는 글로벌 기업간 치킨게임 때문에, 디스플레이도 공급과잉 문제로 고전했다.
이들 산업도 위기를 극복했더니 다시 기회가 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단순히 기다리면서 버텼기 때문만은 아니다. 반등할 기회를 기다리며, 힘을 키워온 덕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강화하며 기술 경쟁력을 쌓았다. 3D 낸드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 역시 차별화를 가져왔다.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이 됐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가전산업도 마찬가지다. LG전자가 세계 가전 기업 중 유일하게 두 자리 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모터와 콤프레서 등 핵심부품 경쟁력을 높이고, 모듈화로 원가를 절감한 노력이 있다. 시장에 없는 기술을 지속 개발하며, 차별화한 것도 경쟁력 원천이다. 삼성전자 무풍에어컨과 패밀리허브, LG전자 트윈워시, 스타일러 등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가 빛을 발한 대표 사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도 IoT,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가전과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이미 IoT 냉장고, AI 적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등을 시장에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당장은 크게 부각되지 않더라도 다가올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선제적 투자다.
역사 속에서 여러 산업이 보여준 경기 사이클은 올라갈 준비를 하는 곳에 기회가 온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준비된 기업이 사이클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전산업은 언제든 사양산업도, 반대로 효자산업도 될 수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호황이지만, 언젠가 호황의 끝이 온다. 내려갈 수 있음을 경계하고, 위기 속에서 반등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개발(R&D)이 답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