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70> 어느 수학자 이야기

어느 시골 초등학교 수학 시간이다. 선생님이 조금 쉴 생각에 학생들에게 1부터 100까지 한 번씩 더하라고 했다. 말을 마치고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한 학생이 소리쳤다. “답 나왔어요.” 어떻게 풀었는지 물었다. 1부터 100까지 나열한 후 가장 작은 수와 큰 수를 더하면 101이 되고, 이게 50개니 답은 5050입니다. 이 얘기의 주인공은 10살의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로 전해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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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수학자 가운데 다른 한 자리는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몫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상수가 두 개나 되는 유일한 수학자다. 이 두 사람이 매달린 문제가 하나 있다. 오일러는 소수(素數)에 우주의 법칙이 숨어 있다고 믿었다.

많은 수학자가 비웃었다. 2, 3, 5, 7, 11, 13, 17…. 소수란 자연이나 우주와 상관없는 불규칙한 숫자 나열이라고. 그러나 오일러는 소수 조합이 원주율 제곱과 같음을 보인다. 어떻게 이 무질서한 소수로부터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형인 원이 나올 수 있을까. 훗날 이것은 소수의 비밀로 불리며 여전히 수학계 최고 난제로 남아 있다.

기업 경영에도 난제는 수없이 많다. 다른 기업의 성공 방정식을 곁눈질해 가며 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성과는 미미하다. 어디에 비밀이 숨어 있을까. 제임스 알렌과 크리스토퍼 주크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어쩌면 해답이 가까이 있다고 말한다.

창업자가 경영에 참가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세 배나 높은 수익을 낸다. “창업 당시 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는 고객에 대한 집착이다. 1934년 첫 호텔을 연 이후 고객 경험은 라이 바하두르 모한 싱 오베로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주제였다. 어느 날 한 지배인이 직원의 불만거리를 전해 준다. 가끔 호텔에 들르는 가족이 있다. 문제는 매번 비치된 세면용품을 싹쓸이해 간다는 것. 지배인은 예의 바르게 경고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오베로이는 상자에 비누, 샴푸며 오일을 잔뜩 담아 가져다 주게 한다. “친구들에게 나눠 주십시오”라는 쪽지와 함께. 오베로이는 모든 직원에게 작은 금액을 나눠 주기도 했다. 직원들은 이것으로 고객을 기쁘게 할 일을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둘째는 미션을 생각하는 것이다. 1987년 페르난도 두아르테는 친구인 로비 브로진을 한 레스토랑에 초대한다. 음식 맛에 반한 브로진은 레스토랑을 사들이고, 친구 이름을 따서 난도라고 이름 붙인다. 사업은 곧 번창해서 식당은 1200개로 불어난다. 이처럼 사업이 커졌지만 브로진은 여전히 몇 가지에 초점을 맞춘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70> 어느 수학자 이야기

“많은 전문 경영인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기만 하지요. 그러다보면 오히려 평범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중간 정도만 할 뿐입니다.” 창업자는 경쟁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고 있다.

셋째는 복잡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기업이 커지면서 관료화되고, 의사결정은 느려지기 마련이다. 이른바 성장 파라독스다. 많은 창업주는 행동을 중요시한다. 소유하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문제를 풀기 위해 논쟁이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논쟁이 없도록 하는 것이 관료화된 기업의 특징이라면 창업주 기업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의사결정은 빠르기 마련이었다.

2013년 2월 5일 델은 상장사에서 개인 기업으로 되돌아간다.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델과 투자회사 실버 레이크는 주당 13.65달러에 주식을 되사들인다. 마이클 델은 그날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기업이 탄생한 날입니다”라고 말한다. 1984년 창업 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었다.

기업에 집착이라는 것은 종종 문젯거리로 여겨진다. 그러나 많은 성공 경험은 집착에서 탄생한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1900년 프랑스 파리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당대 최고 수학자이던 다비트 힐베르트는 23개의 난제를 정리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반드시 알아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설립 당시 정신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국 문제 해결과 맞닿아 있다. 책임감, 도전, 집착이라는 방식으로.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