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스핀 트랜지스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핀 트랜지스터는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고속·초저전력 전자 소자다.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를 1개 칩에 집적할 수 있어 '부팅 없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저온에서만 작동되는 단점이 상용화 난제로 지적돼 왔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은 장준연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박태언 스핀융합연구단 박사 연구팀이 질화갈륨(GaN) 반도체 나노선을 이용해 상온에서 고효율로 스핀을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스핀은 물질 자성과 자전 운동과 관련된 양자역학 성질이다. 스핀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전하 외에 스핀도 함께 이용해 구동되는 소자다. 전자 이동만을 이용한 기존의 산화금속반도체 트랜지스터보다 속도가 빠르고 전력은 적게 소모한다. 그러나 섭씨 영하 200도 이하 저온에서만 작동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상온에서 10% 이상 높은 스핀 주입률을 달성했다. 주입된 스핀 전자는 1마이크로미터(㎛) 이상 이동해도 큰 정보 손실 없이 반도체 채널을 이동했다. 반도체 나노선에 의해 형성된 결정면 방향을 이용, 스핀 주입 신호를 제어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이 기술을 결합하면 스핀 트랜지스터 동작 온도를 상온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상온에서 스핀 트랜지스터가 동작하려면 10% 이상 스핀 주입률, 500나노미터(㎚) 이상 스핀 완화 거리를 가져야 한다. KIST 연구진이 이 난제를 해결하면서 스핀 트랜지스터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핀 트랜지스터를 상용화하면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비휘발성 초고속·초저전력·초고집적 전자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의 반도체 소자가 조만간 성능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스핀 트랜지스터를 응용하면 메모리와 CPU를 1개 칩에 담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 기술을 이용해 '부팅 없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KIST는 2009년에 세계 최초로 스핀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논리 소자를 구현해 보였다. 이후 상용화 난제로 꼽히던 동작 온도 문제를 이번 연구로 풀었다.
장준연 KIST 박사는 “이번 연구로 반도체 스핀 트랜지스터 개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동작 온도를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면서 “동작 온도뿐만 아니라 소자 성능, 집적도를 개선해 스핀트로닉스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나노소재개발사업, KIST 기관고유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창의융합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