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용 관련 자문은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정작 적발된 건 별로 없더군요.”
한 법무법인에서 공정거래분야를 맡아 일하는 변호사의 말이다. 변호사는 대기업, 중소기업 기술 유용 관련 법률자문 요청이 많아 사례를 수집해 봤더니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가 별로 없고, 이 마저 미약한 처벌에 그쳤다.
정부가 하도급법으로 기술유용을 금지한 것은 2010년이다. 지난 7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을 적발·제재한 것은 5건에 불과하다. 기술 유용 자체가 적었기 때문은 아니다.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겨도 중소기업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린다는 게 업계 현실에 맞는 분석이다.
낮은 처벌 수위도 중소기업 신고 의지를 꺾는다. 공정위가 적발한 5건 가운데 과징금 부과는 1건(1600만원)에 그쳤다. 나머지 4건은 시정명령으로 끝났다. 대기업은 적발 위험을 감수하고 기술 탈취를 시도하기 쉽고, 중소기업은 '거래 단절'을 각오하고 신고해봤자 얻을 게 별로 없는 기형적 구조다.
공정위 직권조사 강화와 제재 수위 제고가 해결책이다. 중소기업 신고를 기다리기보다 공정위가 스스로 나서 위법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법 위반 기업은 강하게 처벌해 재발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 법 적용이 가능한 '기술 자료' 범위를 넓히고,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하도급법 개정이 필요하다.
기술 유용 근절은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인 '일자리 창출'과도 맞닿아있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억울하게 빼앗길 걱정 없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을 때 중소기업에 인재가 몰리고 창업 열기도 뜨거워질 것이다. 기술 유용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검찰 고발을 포함, 강력 조치하겠다는 공정위 방침에 기대가 크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