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산업부 인사…한미 정상회담 준비 등 동력 상실 우려

문재인 정부가 부처 조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유독 실물경제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 인사가 지연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준비와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시급한 현안을 해결할 동력을 상실한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조직법 상 17개 부처 중 장관과 차관 인사가 단 한명도 이뤄지지 않은 부처는 산업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여성가족부 세 곳 뿐이다. 장관 후보자는 없지만 차관 인사가 이뤄진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통일부 등과도 대비된다.

산업부 안팎에서는 지난 11일 청와대가 발표한 세 번째 장관 후보자 인사에서도 제외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산업부는 당장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상회담 의제가 한미 동맹과 사드 배치 문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의 가능성도 높다. 우리 측 협상 전략을 만들어야 할 산업부 대응이 절실하다.

이번주에 장관 후보자가 정해지더라도 인사 청문회 등을 감안하면 한미 정상회담에 새 정부 산업부 장관이 배석하지 못할 수 있다. 산업부는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할 경제사절단 준비 실무 작업에도 관여하지 못했다. 아직 청와대로부터 정확한 업무 지침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늦어지는 산업부 인사…한미 정상회담 준비 등 동력 상실 우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가 강화되고 품목도 다양화하는 추세”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재협상 가능성을 포함해 어떻게든 한미 FTA를 논의해야 하는 하는데 장·차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내부 추진 동력도 약화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차관급 통상교섭본부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위상이 높아졌지만, 후속 인선은 오리무중이다. 장관 인선에 앞서 차관 인사가 먼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일부 관측도 빗나갔다.

새 정부 주요 경제공약인 탈원전과 4차 산업혁명 대응도 산업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는 과제다. 산업부 장·차관 인사가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안 대응을 준비하지만 새로운 장·차관이 책임지고 진두지휘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면서 “인사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직원들이 업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