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2강에 눌린 한국 e스포츠…종주국 지위 위태위태

e스포츠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지위가 위태롭다. 변변한 국산 종목이 없는 데다 우리 기업들의 투자도 예전 같지가 않다. 반면에 중국과 미국은 국제 게임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의 '스타크래프트' 때부터 프로게이머 개념을 만들며 e스포츠 시장을 키워 왔지만 주도권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e스포츠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킬 국산 대형 게임이 부재한 가운데 기업들의 투자도 인색해지고 있다. 우선 내년에 시작되는 1인칭슈팅(FPS) 게임 '오버워치' 공식 리그에 국내 팀의 참여가 불투명하다. 프로 팀의 후원 여력이 있는 기업은 대부분 리그 참여에 부정 입장을 내놓았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오버워치 개발사 블리자드는 지역 연고로 리그를 운영할 방침이다. 기업이 블리자드에 일종의 '등록비'를 내고 지역 연고 팀을 운영한다. 조건에 따라 수익 일부와 운영 권한을 블리자드와 나누는 방식이다.

블리자드는 북미에서 기업에 최대 2000만달러(220억원)대 리그 등록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등록비를 제시하며 구설에 올랐지만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있어 리그 출범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블리자드는 한국에서도 여러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아직 리그가 정착된 상태도 아닌 프로게임팀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블리자드가 전에 없던 형태로 리그 운영 방침을 밝히면서 상당수의 기존 프로게임팀 운영 기업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리그 초반에 한국 지역 팀 참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수 선수들은 해외 팀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산 대형 종목으로는 블루홀이 개발한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있다. 그나마 북미에서 흥행하며 e스포츠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중국 상해에서 열린 2016 MSI 결승전에서 SK텔레콤T1 선수를 응원하는 관람객들
중국 상해에서 열린 2016 MSI 결승전에서 SK텔레콤T1 선수를 응원하는 관람객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가 e스포츠 분야에서 체면을 구기는 일도 발생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주관하는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 e스포츠 종목이 한국e스포츠협회(KeSPA)와 국제e스포츠연맹(IeSF)의 협의 없이 결정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급기야 KeSPA가 OCA를 상대로 항의성 입장을 표명했다. OCA가 단독으로 중국 알리스포츠를 파트너로 선정, 종목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IeSF는 KeSPA가 주도한 국제연맹, 알리스포츠는 중국 알리바바 자회사다. 이에 앞서 오는 9월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에서 열리는 2017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는 '도타2' '스타크래프트2' '하스스톤'이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이 강한 면모를 보이는 '리그오브레전드' 대신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도타2'가 포함됐다.

중국의 '게임 굴기'에 한국 게임계의 목소리는 외면당한 셈이다.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PC온라인, 모바일 게임에 이어 e스포츠 분야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텐센트는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스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자회사인 알리스포츠를 통해 e스포츠 영향력을 높여 가고 있다.

한국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415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의 북미는 1688억원, 아시아는 441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3년 세계e스포츠대회 개막식
2013년 세계e스포츠대회 개막식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피파온라인 e스포츠리그 현장전경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피파온라인 e스포츠리그 현장전경
2015년 제7회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에서 참가한 아마추어 선수들
2015년 제7회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에서 참가한 아마추어 선수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