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3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FBI) 공동 명의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공식 경보를 세계에 발령했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크다. 북한과 휴전 상태로 대치를 지속하고 있기도 하지만 최근 일어난 한국 내 사이버 공격이 북한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 때문이다.
미국은 아예 북한 해킹그룹에 '히든 코브라'란 이름을 붙이고 이들이 “미국과 세계 미디어, 항공우주, 금융 등 중요한 인프라 시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그룹의 소행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금융기관, 언론사, 국방부, 한국수력원자력 등 미국이 경고한 국가 핵심 기관 대부분이 사이버 공격을 당한 바 있다. 그동안 무조건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는 것이 책임 회피를 위한 수단이란 지적도 간간이 있어 왔지만 심증은 계속 쌓여 가고 있다. 물증은 사실상 현행범 체포 이전엔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랜섬웨어 여진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제 직접 공격에 의한 것도 아니고 웹호스팅 업체의 서버를 공격, 서비스를 받고 있던 제3자인 기업의 정보를 볼모로 잡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인질로 잡은 데이터에 거액의 몸값을 부르는가 하면 피가 마르는 피해 기업의 사정을 악용, 몸값 협상까지 벌이는 양상이다.
이런 사태 악화에도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물론 이런 범죄 행위에 대가를 지불하거나 무릎을 꿇는 듯한 모습을 취할 수 없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한다. 그러나 정부가 완전히 무관심하거나 대응 노력도 없다고 보이는 것은 또한 너무 안이한 대처라 할 수 있다. 결국 공격자가 북한이든 아니든 한국은 정부부터 손쉬운 먹잇감으로 판단하게 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사이버 안보도 이젠 영토나 주권을 지키는 것 그 이상으로 중요해졌다. 전쟁을 억제하는 군사력만큼은 외부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가 시스템을 안전하게 지키는 사이버 안보가 필요하다. 국가 존립 문제로 다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