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길게 늘어선 로봇이 부품을 조립, 검사하고 안경과 비슷한 장비로 재고 상황을 알 수 있는 세상. 더 이상 영화, 소설처럼 상상 속의 풍경이 아닐 것이다.
미국·독일·중국 등 제조 강국들은 구글이나 아마존 등 자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선도 기업들과 협업, 새로운 아이디어와 융합 기술을 토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겨울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소기업 인식 및 대응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준비와 대응은 고사하고 변화의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았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근면, 성실을 최고 가치로 여기며 부지런히 땀 흘려 일하면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뤄 냈다. 막대한 자본과 물질 자원을 원료로 투입하고, 쉴 새 없이 손발을 움직이면서 공산품을 만들어 내는 이른바 2차·3차 산업혁명 시대를 원만하게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석유를 원료로 투입해서 나프타를 생산하는 방식의 산업 경제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지금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시작됐다.
세상은 지금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ICT 기반의 융합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존의 산업과 ICT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또 다른 신산업을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기존 산업과 다르게 노동력이 아닌 창의력과 ICT 융합 역량이 기업의 경쟁력과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제조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를 선도해 나가려면 하루빨리 국내 제조기업의 인식을 개선시키고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이러한 상황 극복을 위해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위한 CEO 인더스트리 4.0 과정'을 개설했다. 올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수강생을 공개 모집, 기업 운영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인식 개선과 함께 새로운 혁신 동기를 제공한다.
교육 과정은 실제로 기존의 제조 공정에 다양한 ICT를 융합시킨 기업의 책임자 또는 담당자를 통한 사례 중심 교육을 제공, 수강자가 이해하기 쉬운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수강자의 선택에 따라 ICT 융합 기술을 선제 도입한 선도 기업의 현장을 방문하거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3차원(3D) 프린팅, 가상현실(VR) 지원센터 등에서 융합 기술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실습 위주의 현장 심화 교육도 마련돼 있다.
국내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증가함에도 경제 성장 기여도는 하락하는 위기 시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우수한 인력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명확히 인지하고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또 다른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이 새로운 기회를 붙잡아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 제조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경주해야 할 때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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