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기본료 폐지 내용을 담은 법안이 다수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어 소관 상임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첨예한 논쟁은 반복될 전망이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서비스 및 재화 가격을 얼마만큼 책정할 것인지는 시장 경제에서 기업 재산권 행사의 본질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는 자율 판단을 원칙으로 하여 기업에 맡겨야 하는 영역이다.
기본료 폐지를 일방으로 강제한다면 시장 경제에 반하는 방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 위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차후 생태계 전반에 혼란을 가져올 소지가 크다.
통신요금에 대한 정부 개입이라는 예외의 근거가 돼 온 통신요금 인가제조차 이미 2000년대 초부터 폐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요금 인가제는 통신 산업 초기에 공정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지만 경쟁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된 이후에는 기업의 요금 결정 자율성이 중요하다는 주장과 맞부딪쳤다.
기본료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통신사의 투자 여력 감소 문제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구성원 간 분쟁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ICT 혁신을 이끄는 주체는 기업이다. 폭증하는 데이터 사용 추세 대비와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위한 기반 조성 등 지속 가능한 ICT 생태계 환경 구축의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기본료 폐지로 네트워크 투자 여력이 감소하면 네트워크 품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을 오롯이 통신 사업자가 떠안는 구조는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빅데이터와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서는 망 고도화 등 네트워크 투자 여력이 중요하다. ICT 생태계를 구성하는 CPND(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는 이들 사업자 가운데 어느 한쪽에 문제가 발생하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연쇄 구조로 되어 있다.
IoT, 자율주행자동차 등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접속 장애 또는 오류에 따른 이용자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는 단기 성과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공정 경쟁 기반 조성과 ICT 생태계 전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통신 정책과 제도 개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장기 청사진도 제시 않고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할 기본료를 강제 폐지하는 것은 신규 투자 여력이 줄어든 사업자 간 양보 없는 분쟁의 격화로 이어진다. 궁극으로는 이용자 편익을 저해하고, 막대한 사회 비용을 유발하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객관 데이터와 실태 파악이다. 정부를 중심으로 가계통신비 개념에 대한 재정립 연구가 진행돼 온 만큼 현재 통신요금 구성 요소의 객관화한 실태 조사 및 현황 파악이 우선이다. 기본료 부과 여부 논의는 이 같은 데이터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통신 서비스를 안정된 형태로 충분하게 누리도록 할 이용자 보호와 사회 편익 증진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ICT 생태계의 건전한 지속을 목표로 통신 규제 체계를 정비해 가야 한다.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 kjuare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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