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와 학계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비·재료 기술을 공동 연구할 이른바 '산·학·연 연구 플랫폼'이 구축될 전망이다.
경희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비·재료 기술을 산·학·연이 공동 연구할 수 있는 별도 연구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센터가 설립되면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 비용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공동 연구로 빠른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센터 설립은 경희대 조용덕 글로벌 산학 특임부총장과 장진 정보디스플레이학과 석학교수가 주축이 됐다. 미래 디스플레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을 주도하려면 앞으로 장비와 재료 기술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용덕 부총장은 삼성전자 LCD총괄 전무를 역임했으며 작년 10월 글로벌 산학 특임부총장으로 임명됐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첨단 기술력으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선두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후방산업인 장비와 재료 부문 기술 경쟁력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상용화를 주도했지만 정작 후방산업에서는 일본 캐논도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UDC, 스미토모화학 등 특정 장비·재료 기업이 강력한 입지를 형성했다.
한국의 경우 디스플레이 장비 대부분을 국산화했고 점유율도 끌어올렸지만 아직 유기물증착, 노광 등 특정 장비는 일본이 독점했다. 재료는 LG화학, 삼성SDI, 두산, 덕산네오룩스 등이 활약하지만 UDC의 광범위한 특허 장벽과 독보적인 청색 재료 기술력, 일본의 앞선 재료 기술과 비교해 아직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세대 재료 기술도 해외 기업이 더 활발히 개발하고 있어 미래 경쟁력 확보도 문제로 꼽힌다.
조용덕 부총장은 “중국이 빠르게 LCD 경쟁력을 따라잡았고 플렉시블 OLED에 도전했다”며 “거대 자본과 많은 인재를 동원해 자칫하면 한국이 수년 내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국이 세계 플렉시블 OLED 시장을 장악했고 앞으로도 선두를 유지하려면 더 높은 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점점 어려워지는 미래 기술을 실현하려면 장비·재료 기술이 필수인데 중소기업 현실상 독자적으로 차세대 기술을 연구개발해 상용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차세대 플렉시블 OLED 장비·재료 연구센터를 신설해 후방산업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차세대디스플레이연구센터(ADRC)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비·재료 부문에도 새롭게 산·학·연 공동연구 거점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몇 개 장비기업이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2002년 경희대 서울캠퍼스에 개소한 차세대디스플레이연구센터(ADRC)는 5년간 진행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기반 구축사업' 일환으로 산업자원부(51억원)와 민간기업이 총 71억2000만원을 출자했다. 설계, 공정, 패널 제조기술 확보, 시제품 제작, 특성 평가·분석, TFT 공정장비 지원 등 산·학·연이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갖췄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후방산업에서는 산·학·연 공동연구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책과제로 첨단 제품을 개발해도 패널 제조사의 생산라인에서 테스트하지 못해 개발 속도가 늦어지거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패널 제조사는 생산라인을 외부에 개방하면 보안유지가 어려워지고 제품 생산량이 줄어드는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도 독자적으로 연구소를 만들고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비용, 투입인력 등에서 어려움이 커서 엄두를 내기 힘들다”며 “기업이 연구개발에 필요한 설비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전문 연구인력과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진 경희대 석학교수는 “5~10년 안에 일본 도키처럼 한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후방기업이 한국에도 나타나야 한다”며 “한국이 가장 잘 하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산업을 앞으로도 선도하고 향후 필요한 차세대 기술을 적기에 공급하려면 장비·재료 부문에서 새롭게 경쟁력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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