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소니와 액정표시장치(LCD) 합작법인을 만들어 LCD 사업을 성장시킨 뒤 결별하기까지, 또 세계 시장 선두로 올라서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습니다. 한국이 어렵사리 세계 1위로 만들었는데 이젠 중국이 단기간에 쫓아와 LCD 주도권을 잡게 생겼습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만큼은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의 경쟁력을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용덕 경희대 글로벌·산학 특임부총장은 삼성전자 LCD총괄, 삼성정밀화학 전자소재사업부장을 거치며 디스플레이 업계 오래 몸담은 전문가다. 우리나라와 삼성의 디스플레이 역사와 궤를 함께 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경희대로 자리를 옮겨 산학협력에 중점을 두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경희대는 최근 차세대 플렉시블 OLED 연구개발을 위해 장비·재료 공동연구 플랫폼을 마련하는데 나섰다. 조용덕 특임부총장과 장진 정보디스플레이학과 석학교수가 주축이 됐다. 첨단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데 있어 장비·재료 기술이 점차 중요해지고 미래 기술을 구현하는 핵심이 장비·재료 기술에서 나오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조 특임부총장은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됨에 따라 디스플레이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일각에서는 OLED가 기존 LCD 시장을 과연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며 “하지만 사람은 눈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게 우선이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수요는 앞으로도 분명히 커질 것이기에 차세대 OLED 등 미래 디스플레이를 함께 연구, 개발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용덕 특임부총장은 국내 장비·재료 기업이 대학·연구소와 협력해 차세대 기술을 공동 연구개발하면 전방산업에 비해 뒤처진 후방산업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중견·중소기업이 자체 연구소를 꾸리는 부담을 덜 수 있고 외부 전문가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연구개발 과정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생산라인에서 테스트하지 않으면 개발을 계속하기 힘든 문제도 공동연구 플랫폼에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생산에 처음 도전했을 때 굴뚝에서 유입되는 눈과 비 때문에 수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도 시간이 오래걸린 적이 있다”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는 좋은 설계, 공정, 장비, 재료 기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생산 현장에서 좌충우돌하며 쌓은 노하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풍부한 생산 현장 노하우가 있어 후발주자가 쉽게 쫓아오기 힘들다”며 “이런 무기를 바탕으로 삼고 뒤처진 장비·재료 경쟁력을 높인다면 더 수준 높은 초격차 전략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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