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22>볼썽사나운 권력의 퇴진을 원한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22>볼썽사나운 권력의 퇴진을 원한다

“아빠, 저 사람 높은 사람이야?” 우람한 경호원들과 함께 공항을 빠져나가는 사람을 보고 초등학생 아이가 묻는다. “응! 그런가 봐”하고 대답하며 길을 터 주는 아빠의 표정이 별로 새롭지 않은 듯 무심하다. “내가 누군 줄 모르는가?” 입장권 없이 야구 경기장에 들어서며 일갈하는 지역 기관장을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랫동안 권력자의 행세가 당연시하게 돼 온 탓이다. 심지어는 학술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일부지만)의 거들먹거림이 아무렇지 않게 비쳐지는 것도 사회가 권력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권력을 만드는 권한의 대부분은 위임된 것이다. 특히 공권력은 100% 효율 높은 공정 관리를 위해 구성원들이 요청한 것이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게는 국민이 직접 투표로 권한을 위임해 준 것이다. 그러나 위임받은 권력을 사욕에 사용하다가 사회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역할과 무관 또는 과도하게 사용해 개인의 몰락을 가져온 경우도 허다하다. 법으로 철저히 규제하고 있지만 사회 관습과 인정이 권력의 오·남용을 묵인해 온 결과다.

권한이 권력으로 변질되는 과정에는 '지위'라는 변수가 작용한다. 위임받은 권한의 범위와 지위에 비례해 권력의 정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교수가 학생보다 높고 교회에서는 목사가 교인보다 높다. 공무원과 국회의원은 국민의 위에 있고, 고용주는 피고용자에게 군림하는 것이 현실에서의 통념이다. 역할 기반의 논리보다 지위 고하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 환경과 이를 인정하는 사고가 권력의 오·남용을 방치하고 있다. 권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가 관계 평등의 질서를 재정립하고 역할론 기반의 조직을 발전시켜야 한다. 권력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인간관계에서 더 이상의 '높고 낮음'은 불허해야 한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22>볼썽사나운 권력의 퇴진을 원한다

4차 산업혁명 결과의 하나는 인터넷과 정보 활용으로 사회가 공정해지고 인간은 평등해지는 것이다. 인간이 수행하는 대부분의 관리 기능은 인공지능(AI) 로봇에 위임되고, 중요한 결정조차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분산 결정 체제에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경제, 행정,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지능정보화가 이뤄지고, 공개된 정보가 사람이 지닌 지위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면 사회 평등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된다. 4차 산업혁명은 '권력이 행세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의 퇴진'을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문제는 사회 변화가 인간을 통제하기 이전에 사람이 스스로 변화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 이하 공직자와 정치인, 사회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권력자들의 통렬한 자성이 필요하다. 고용자가 피고용자에게 머리 숙이는 고용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법으로 접대 문화를 궤멸시키려는 치졸한 시도보다 권한은 위임된 역할 수행에만 사용하고 지위와는 무관한 인격자가 되려는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스스로 내려오지 않으면 권한을 위임한 사람들이 다시 촛불을 들 것이기 때문이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22>볼썽사나운 권력의 퇴진을 원한다

사회를 만들어 온 관습과 통념을 한순간에 변화시키는 것은 껍질을 깨고 병아리가 부화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러나 이런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할 수도, 사람이 우선인 사회도 만들 수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은 권력자가 지위를 포기하고 내려오는 것이다. 내가 내려갈 권력 계단의 수를 세어 볼 때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