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73> 플랫폼 싱킹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lt;73&gt; 플랫폼 싱킹

1886년 새뮤얼 커티스 존슨은 라신 하드웨어 컴퍼니로부터 나무바닥재 사업을 인수한다. 나무쪽을 맞대어 붙여서 왁스칠로 마무리한 바닥은 훌륭했다. 고객은 대만족이었다. 몇 달쯤 지나 여분의 왁스를 찾기 시작한다. '프리페어드 왁스'는 이렇게 세상에 나온다. S. C. 존슨&선의 첫 번째 제품이다.

가구 광택제도 훌륭했다. 그러나 왁스를 혼합한 반죽덩이는 소비자가 사용하기에 불편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압축식 분무 방식을 찾아낸다. 특허는 정작 노르웨이 에릭 로터임이 처음 냈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에어로졸 캔에 담은 광택제는 플레지(Pledge)란 스프레이 제품이 된다.

혁신은 여기서부터 속도를 붙인다. 무엇이든 에어로졸 캔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제품이 됐다. 방향제는 글레이드(Glade), 디에틸톨루아미드에 이런 저런 성분을 섞은 것은 '오프(Off!)'란 방충제가 각각 됐다. 에지란 스프레이형 면도용 젤은 새로운 시장 하나를 선사했다.

제품은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전원 단자에 꽂아 쓰거나 양초 형태로 만들어진다. 글레이드도 플랫폼을 가져다 쓴다. 재충전용 카트리지란 아이디어는 이 제품 저 제품으로 번져 나간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존 스비오클라 다이아몬드컨설팅 부회장은 제품을 볼 때 플랫폼을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기존 제품에 비해 생산비용이나 품질, 성능이 앞서는 새 플랫폼의 가치가 크다.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어 낸다. 토요타 캠리가 LE, SE, XLE로 팔리는 것처럼 기본 디자인은 같지만 각각 다른 시장의 세그먼트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러 파생 제품은 높은 수익을 안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성공하는 플랫폼을 찾을 수 있을까.

스비오클라 부회장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상상력을 발휘하라. 어떤 제품이건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왁스에서 스프레이로, 스프레이에서 카트리지로 옮겨간 것처럼 제품은 형태를 바꾼 후 다른 제품으로 옮겨 갔다. 성공 방식은 플랫폼이 된다. 플랫폼 전략으로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라. 유리세정제 윈덱스, 살충제 레이드, 지퍼 백인 지퍼록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에 나왔다.

둘째 지식재산권 관리에 깨어 있으라. 그렇지 않을 때 손해는 크다. 세계 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네슬레는 커피싱글스라는 1회용 티백을 출시한다. 한 잔의 커피를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얼마 후 크래프트는 브랜드로 미국 시장의 40%를 동일한 제품으로 점유한다. 문제는 지재권에 있었다. 반대로 크래프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플랫폼의 가치를 인식한다.

타시모(Tassimo)라는 이름으로 카트리지를 출시한다. 특허를 출원해 둔다. 오히려 유럽 시장으로 나온다. 카트리지를 플랫폼으로 삼는다. 이렇게 창의성은 티백에서 카트리지로, 카트리지에서 커피메이커로 옮겨 간다. 마치 존슨&선이 에어로졸에서 카트리지로 옮겨간 것처럼.

셋째 플랫폼 혁신과 파생 프로젝트를 조화시켜라. 컨설팅사 PDMA는 25%가 완전히 새롭거나 플랫폼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나머지 75%는 파생 프로젝트다. 플랫폼에서 시작해 파생 제품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만들라는 말이다.

새로운 제품 만들기는 어렵다. 곧장 모방 당하기 일쑤다. 공들여서 새로운 제품을 한 땀, 한 땀 만들어야겠지만 그 가치는 생각보다 적다. 어떻게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

플랫폼을 생각하면 의외의 혁신으로 이끈다. 가끔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이끈다. 한번 생각해 보자. '당신 제품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바닥 광택제에서 시작해 스프레이가, 여기서 다시 카트리지가 나온 것처럼. 플랫폼 싱킹은 이래서 흥미롭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