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내서도 인터넷 주권 강화하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글로벌 기업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한 규제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주권의 일환인 정보 주권을 강조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기업이 빅데이터와 정보를 독점하는지 살펴보고 공정 경쟁 환경 개선을 위해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에는 국회 제출 자료를 통해 공정위가 삼성전자 모바일 운용체계(OS) 개발을 방해한 혐의로 구글을 조사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은 토종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 메신저 서비스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여 유럽보다 인터넷 주권 확립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등이 막대한 지배력을 가지면서 점점 인터넷 주권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신청하면서 인터넷 주권 일환인 정보 주권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시 2010년에 시작한 구글 스트리트뷰 개인 정보의 불법 수집 문제도 다시 거론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4년 7월 구글 본사를 방문, 불법 수집한 개인 정보 60여만건 삭제를 확인하고 과징금 약 2억원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박재천 인하대 교수는 “인터넷 주권 문제는 내용 규제에서 정보 주권, 불공정 행위 등으로 범위를 넓혀 나가는 세계 추세”라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인터넷 기업에 맞선 정보 주권 보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독일은 페이스북이 회원 가입 시 지위 남용 행위를 했는지 조사했다.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문제 삼았다.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EU)은 구글 모바일 OS 안드로이드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정보 주권 보호 조치가 가장 활발한 곳은 유럽이다. 국민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을 압박한다. 지난달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페이스북에 개인 정보 수집 정책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했다. 벨기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페이스북에 이용자 정보를 광고에 활용하는 기존 방식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기업이 정보를 수집한 국가 내에서만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도록 자국 내 서버를 두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U는 지난해 유럽인 데이터가 미국으로 넘어가거나 대규모 수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프라이버시 실드' 협약도 체결했다. 법 등 감시 체계를 동원, 미국 기업이나 정보기관이 자국민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글로벌 기업에 한국 내 경영 활동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안을 지난 19일 발의했다. 법안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부가통신사업자(인터넷기업) 대상 경쟁 상황 평가를 실시하고, 자료 요청 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현행법은 경쟁 상황 평가 대상으로 기간통신 사업자만 한정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정보를 파악, 정확한 정책 수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구글, 페이스북, 블리자드 등 글로벌 기업은 국내에 유한회사 형식으로 들어온다. 감사, 공시 의무가 없어 정부가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과점화된 인터넷 서비스 영역에서 국내 이용자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의원은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자료 제출 근거가 없어 깜깜한 상황에서 인터넷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했다”면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정확한 정보에 근거, 국내 이용자 보호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