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이 뚜렷한 일반 전자부품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꼽힌다.
MLCC는 전기를 일시 저장한 뒤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범용 부품이다.
MLCC는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에 공급은 한정돼 극심한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이미 공급 부족 현상(쇼티지)이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만 MLCC 업체가 가격 인상을 시작했다. MLCC 2위 업체인 삼성전기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납기 지연은 물론 공급이 중단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공급을 추월한 상황이어서 대형 거래처를 위주로 거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량이 적은 구매처에는 공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란 뜻이다.
MLCC 쇼티지 원인으로는 스마트폰 고성능화와 자동차 전장화가 지목된다.
MLCC는 반도체 등 능동성 부품이 적절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수동성 부품이다. 고성능 반도체가 늘수록 더 많은 MLCC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발전할수록 MLCC 수요가 증가한다는 얘기다.
동부증권은 “아이폰7 대당 MLCC 수요는 약 800대였지만 아이폰8에는 1000대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의 공급 부족은 고부가 MLCC 쪽에서 더 심각하다.
스마트폰이 경박단소해지면서 초소형·대용량 MLCC가 필요하지만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무라타, 삼성전기, 다이요유덴 등 소수 기업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장화도 MLCC 공급을 부족하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전자장치가 늘면서 MLCC 역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세계 MLCC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2.9% 성장하는 반면에 자동차용 MLCC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10.8% 성장이 예상된다.
이런 시장성에 MLCC 제조업체들이 자동차용 생산 비중을 늘리면서 공급이 더 타이트해졌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높은 신뢰성이 요구돼 수익성이 더 좋다.
MLCC는 일본 무라타가 점유율 40%, 삼성전기가 20%대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돼 있고 제조사도 세계 10여곳으로 한정돼 있어 공급이 갑자기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서 MLCC 공급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MLCC 업체 관계자는 “주요 기업의 증설이 완료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급이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쇼티지가 우려되는 또 다른 일반 부품으로 연성인쇄회로기판(FPCB)도 있다. FPCB는 인체 혈관과 같이 제품 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전자제품에 필수로 사용된다.
FPCB 가운데에서도 경연성(RF) PCB가 부족해지고 있다. RFPCB는 제조가 까다로워 소수 기업만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들어갈 RFPCB를 대거 주문하면서 공급 부족이 일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1억대에 들어갈 RFPCB 물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