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각자도생에 나선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 핵심 과제다. 쾌조의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상반기에 전례 없는 큰 변화를 겪었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됐다. 뒤이어 그룹 컨트롤타워이던 미래전략실도 해체됐다. 수년 동안 검토해 온 지주회사 전환 계획도 포기한다고 밝혔다.
미전실을 해체한 삼성은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자율 경영에 나섰다. 갑작스런 미전실 해체와 함께 시작한 자율 경영 체제를 빠른 시일 안에 안정화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에 나선 만큼 계열사별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 이슈다.
다행인 것은 그룹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도 상반기에 사업 성과를 거둔 점이다.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분기에 세계 전체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기에 들어갔으며,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등 전 분야에 걸쳐 성과가 고르게 났다.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더 뛰어난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의 전자·정보기술(IT) 산업 호황이 긍정 영향을 미쳤지만 삼성이 다져 놓은 시스템 경영 기반이 큰 역할을 했다.
다만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설 정도로 편중된 것에 대한 우려는 있다. 포트폴리오 강화 지속과 이를 통한 수익 다변화가 요구된다.
삼성전자만 실적이 좋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삼성물산 등 그룹 주요 계열사 모두가 좋은 실적을 거뒀다.
관건은 중장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장부품 세계 기업 하만을 인수하는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고, 결국 올해 초에 구속되면서 M&A 논의가 멈췄다.
M&A와 투자 등 규모가 큰 의사 결정이 멈춘 것을 풀어 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계열사들도 각자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투자와 M&A가 과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도 중요한 변수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 포기와 미전실 해체 이후 각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강화가 부각됐다”면서 “삼성SDS의 M&A와 신사업 투자 검토, 삼성화재의 베트남 보험사 지분 인수, 삼성생명의 태국 은행과 합작 법인 설립 등 최근 계열사의 신사업 투자 및 경쟁력 강화에서 독자 생존 방향성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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