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와 8분의 1. 이것은 한동안 깨어지지 않은 어떤 기록이다.
1916년 네이선 핸드워커는 아내 아이다와 뉴욕 코니아일랜드에 가게를 하나 연다. 할머니의 매콤한 특제 소스란 비법이 있었다. 빵에 넣은 소시지 하나에 5센트를 받았다. '니켈 핫도그'로 불렸다. 노후 자금 300달러로 시작했다. 지금 네이선스 페이머스는 시총 3000억원의 나스닥 기업이다. 이 기업이 후원하는 이벤트 가운데 '핫도그 먹기 대회'가 있다. 1972년에 시작된 이른바 '먹빵' 대회의 '슈퍼볼' 격이다.
게임 규칙은 간단하다. 10분 안에 최대한 많이 먹으면 된다. 한동안 기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10년까지 기록은 25와 8분의 1개. 그러나 고바야시 다케루라는 일본 청년에 의해 깨진다. 무려 50개를 먹어치운다. 2등이 26개, 3등이 25개니 이들보다 두 배나 많았다. 한 왜소한 몸집의 청년에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많은 기업이 찾고 있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새 시장은 어디에 있는가.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하나는 기업이 초점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가 초점일 뿐 질문은 비슷하다.
이언 매켄지 하버드대 교수와 라시크 파르마 IBM테크놀로지 아카데미 대표는 질문을 조금 바꿔 본다.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가치 있는 혁신을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성공담이 있지만 새로운 방식에는 무언가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한다. '혁신의 새로운 방식'이란 기고문에서 파르마 대표와 매켄지 교수는 네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제품을 새 비즈니스로 덧씌우는 것이다. 이른바 오그멘팅(augmenting), 증강하기다. 롤스로이스는 2000년 중반에 새로 나온 센서와 데이터 전송 기술에 착안한다. 결과물은 EHM이라고 불리는 엔진 유지 관리 서비스였다. 항공기 엔진을 파는 대신 유지 보수라는 서비스를 팔기로 한다. 모든 비용을 포함해 사용한 만큼 부과했다. 엔진 문제를 사전에 알 수 있었으니 재고 관리에도 도움이 됐다.
둘째 디지털 자산으로 새 비즈니스를 착안하라. 그동안 음악, 책, 비디오 산업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다. 아이튠스, 아마존 킨들, 넷플릭스 같은 성공 사례는 많다. 당신의 산업에서 첫 번째 기업이 되어 보라고 한다.
셋째 새로운 정보를 결합하라. 언뜻 무관해 보이는 정보를 활용, 비즈니스를 확장한 사례는 많다. 보다폰과 톰톰은 전혀 관련 없는 기업이다. 보다폰은 이동통신사이고, 톰톰은 개인용 내비게이션 장치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보다폰의 고객 이동 정보는 톰톰에 교통 정보가 됐다. 교통 정체 구간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면 이 사업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넷째 핵심 역량을 새로운 비즈니스에 적용하라. IBM이 비용 관리 솔루션을 개발했을 때, 목적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관리비용을 60~75% 줄인다. 거기에 출장경비 자체도 4%나 줄일 수 있었다. 몇 해 지나 이것은 다양한 비용관리 서비스로 파생된다.
다른 모든 참가자가 '어떻게 더 많이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동안 고바야시는 '어떻게 하면 쉽게 먹을 수 있나'를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핫도그를 먼저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소시지와 빵은 따로 먹었다. 밀도 차이가 커서 씹는 횟수가 달라야 했다. 물은 따로 마시는 대신 빵을 적셔 먹었다. 이 작고 야윈 체격의 동양인이 선택한 것은 다른 방식을 찾는 것이었다.
남과 다른 질문에 해법은 다르기 마련이다. 로라 시칠리아노로젠이라는 여행기고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적이는 길모퉁이에 서서 핫도그를 한 입 베어 무는 것만큼 '뉴욕'을 경험하는 것은 없다.”
핫도그는 독일 이민자들 품에 안겨 미국으로 왔다. 그리고 간이 수레 위에서 기름기 진한 뜨거운 물로 데워서 머스터드로 맛을 낸 미국 대표 음식이 됐다. 고바야시가 찾은 것도 빨리 먹는 대신 쉽게 먹는 방법이었다. 지극히 단순한 일본식 사고로 행동을 체계화했다.
매켄지 교수가 찾은 원리도 실제로는 간단했다. 기존의 역량을 확장했다. 제품은 서비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핵심 역량은 새 비즈니스로 각각 바꿨다. 한번 따져 보자. 이 가운데 우리 기업에 적용할 것은 없는지. 그리고 덧붙일 것은 없는지. 25와 8분의 1이란 오랜 기록을 깨는 나만의 방식은 무엇인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