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PC·노트북이 PC업계 '황금알'로 떠올랐다. 정체기에 진입한 PC 시장에서 게이밍 PC·노트북은 성장 동력을 잃지 않고 꾸준하게 커 가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게이밍 PC·노트북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PC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하반기는 '게이밍 PC·노트북 대전'…신제품 쏟아진다
PC 업체가 이달부터 잇달아 게이밍 PC·노트북을 출시했다. 하반기 게임 특수 시장 공략을 위해 제품 라인업을 확대, 경쟁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다.
7월 첫 포문은 휴렛팩커드(HP)가 열었다. 13일 HP코리아는 게이밍 신제품을 공개했다. 게이밍 데스크톱 PC 및 노트북뿐만 아니라 초소형 게이밍 데스크톱도 선보였다. 기존의 데스크톱 PC, 노트북과는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일반 노트북을 가상현실(VR) 게임도 구동할 수 있는 고사양 게이밍 PC로 바꿀 수 있는 '오멘 액셀러레이터' 등 신개념 제품도 등장했다.
올해 초 '오디세이' 브랜드로 게이밍 PC·노트북 시장에 가세한 삼성전자는 이달에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그래픽 처리 속도와 배터리 용량을 늘려서 게임에 특화된 고사양 제품을 선보였다. 에이서도 이번 달에 게이밍 노트북 2종을 출시한다. 에이서 게이밍 기기 브랜드 '프레데터'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델도 하반기 게이밍 PC·노트북 추가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PC업체 관계자는 “연초에 신제품을 공개해 한 해 동안 시장을 공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하반기에 게이밍 PC·노트북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게이밍 PC·노트북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수요와 수익성이 키운 게이밍 PC·노트북 시장
PC업체들이 게이밍 PC·노트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세계 PC 출하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게이밍 PC·노트북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전체 PC·노트북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게임 시장 확대로 특화 PC·노트북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데스크톱 PC는 조립형 제품이 많아 게이밍 PC 자체 시장을 추산하기 어렵지만 게이밍 노트북은 지난해 12만5000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15만대 가까운 게이밍 노트북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7%에 이르는 성장률이다. 국내 PC 전체 출하량이 3% 안팎 늘어난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가파른 편이다.
국내 노트북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를 기점으로 게이밍 PC·노트북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성장성을 눈여겨본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 들어와 게임에 최적화한 고사양 데스크톱 PC나 노트북을 출시한 적이 있지만 마케팅에 집중하진 않았다. 그러나 올 1월 '오디세이'란 브랜드로 게이밍 PC·노트북 시장에 본격 가세했다. '게이밍'이라는 특징을 앞세워 하반기에도 고사양 업그레이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도 지난 6월 게이밍 노트북과 모니터를 출시, 맹추격하고 있다.
PC업계에도 게이밍 PC·노트북 사업은 '남는 장사'다. 게임 그래픽이 초고화질로 진화하고 운용을 위해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가 필요하게 되면서 게이밍 PC·노트북 사양도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기기 가격이 상승하면서 PC업체의 수익성도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노트북 한 대에 마진이 10% 남는다 하더라도 50만원짜리 저가 노트북과 200만원짜리 고가의 게이밍 노트북을 파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면서 “게이밍 PC·노트북의 높은 수익성이 PC업체가 시장에 적극 진입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VR 등 신기술로 기술 진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세로 국내 게이밍 PC·노트북 시장은 변혁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시장은 외국계 기업이 주도했지만 삼성과 LG 판매망과 마케팅 능력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이에 따라 레노버, HP, 에이서, 델 등 외국계 PC업체는 차별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기존 제품의 가격 인하가 대표 전략이다. 업체마다 할인 이벤트를 전개하는 등 가격 경쟁력 확보가 치열하다.
VR 등 차세대 게이밍 환경 투자에도 적극이다. 지금까지 PC·노트북이 게이밍 기기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 VR 기기도 게이밍 시장에서 한 축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레노버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 게이밍 노트북과 PC에 적용할 수 있는 VR 기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HP도 VR 환경에 최적화한 게이밍 기기를 선보이는 등 게이밍 VR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고사양 게이밍 PC·노트북과 연계한 VR 기기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VR 기기를 넘어 고사양 PC가 필요한 게임 특화 VR 기기로 게이밍 PC·노트북 경쟁의 전선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