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대사다. 이 드라마는 최근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다. 미국 드라마 마니아층도 함께 술렁이고 있다. 왕좌의 게임은 '철왕좌'를 둘러싼 세력 간 패권 다툼을 그렸다.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한 치밀한 세계관과 탄탄한 줄거리 덕분에 전 세계의 큰 사랑도 받고 있다.
푹푹 찌는 여름에 겨울이라니 생뚱맞을 수 있다. 여기서 겨울은 단순한 계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적 또는 고난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도 담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을 따라 부품·소재·장비 산업은 '여름'을 맞이했다. 이번 실적 발표 시즌도 기대할 만하다. 공짜 호황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투자한 결실을 수확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은 덕이다.
산이 높으면 골은 깊을 수밖에 없다. 가트너는 2019년에 반도체 거품이 빠진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호황기가 저물고 있다는 전망이다.
얼마 전에 만난 한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은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공정 장비를 생산, 매출을 내고 있다. 장비 수요 증가로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냈지만 그 와중에도 10년째 신사업 개발에 투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기업에 당장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다. 100억원을 버는 기업보다는 지금 10억원을 벌어도 앞으로 1000억원을 벌어다 줄 수 있는 기업의 가치가 더 높다. 시장 경쟁자가 우후죽순 나타나서 수익을 잠식하는 분야는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될 수 없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시장에서 우월하게 앞서나가는 수밖에 없다.
철왕좌가 딱딱하고 날카롭게 만들어진 까닭에는 왕이 옥좌에서 안주해선 안 된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부품·소재 산업에서 여전히 약자다. 그런 와중에 겨울이 오고 있다. 혹한을 이겨 낼 대비를 여름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