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126>소비에 즐거움을 더해 주는 비결 '리추얼'에 있다

▲오늘의 고민

A 주류회사는 얼마 전 신제품을 내놓았다.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제품 디자인에 신경 쓰고, 맛의 차이를 알리기 위해 무료 시음회도 준비했다. 그러나 출시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눈에 띄는 대박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정성 들여 만든 우리 제품을 다른 것보다 더 특별하게 느끼게 할 방법, 어디 없을까.

[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126>소비에 즐거움을 더해 주는 비결 '리추얼'에 있다

▲오늘의 성공스토리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모티베이션연구소 부소장은 “간단한 리추얼만으로도 당신이 제공하고자 하는 것을 더 좋아 보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리추얼'이라고 하면 종교 의식 절차나 규칙으로 행하는 의식을 뜻한다. 그런데 이것을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바로 고객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어떤 '의식'을 치르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레오' 쿠키는 오레오를 들고 비틀어서(twist it), 크림을 핥아 먹고(lick it), 우유에 찍어 먹는(dunk it) 의식을 치르게 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캐슬린 보스 미네소타대 칼슨스쿨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이 리추얼이 먹는 경험 자체를 더 즐거운 것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럼 리추얼을 제대로 활용한 사례를 살펴보자. 세계 유명 주류 브랜드 '기네스'에서 제품 품질을 책임지고 있는 퍼걸 머리는 기네스 맥주 맛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비법을 더했다. 바로 기네스만의 음주 방법인 '퍼펙트 파인트'를 만들어서 알렸다.

기네스를 마실 때는 먼저 기네스 전용 잔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잔을 45도 기울여서 4분의 3 지점까지 기네스를 채운다. 맥주를 따를 때 생긴 거품이 가라앉기를 2분 정도 기다린 뒤 남은 맥주를 끝까지 채워 크림을 만들어서 마신다. 이 리추얼은 실제로 맥주 맛을 더 좋게 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강력한 것은 바로 이렇게 맥주를 따라 마시는 행위 그 자체로 기네스 맥주 한 잔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해 준다. 기네스 마니아는 이 리추얼을 열렬히 신봉하고 있으며, 이 덕분에 이 회사는 100여개 국가에 매년 20억파운드(약 2조9000억원)어치의 맥주를 팔아 흑맥주 시장 세계 1위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126>소비에 즐거움을 더해 주는 비결 '리추얼'에 있다

프랑스의 고급 향초 딥티크도 제품에 특별한 리추얼을 더했다. 딥티크는 향초에 불을 붙이면 초가 액체 상태로 될 때까지 고르게 녹도록 두 시간 이상 태우라고 조언한다. 사용 후 불을 끌 때는 절대 입으로 불어 끄지 말고 스누퍼라는 기구를 사용하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타다 만 심지는 그을음이 생기지 않도록 가위처럼 생긴 위크트리머로 깔끔하게 잘라 주라고 한다. 그리고 보관할 때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향초 뚜껑인 캔들리드를 덮어 둔다. 언뜻 보면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이 의식은 오히려 더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뭔가 특별한 의식을 하는 것 같아 제품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는 것이다. 딥티크의 리추얼에서는 스누퍼, 위크트리머 같은 낯선 도구가 등장한다. 딥티크는 향초에 이런 도구까지 덧붙여 판매, '리추얼 생태계'를 만들었다. 덕분에 부가 매출을 올리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딥티크는 세계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현재 세계 40개 국가에 매장 700개를 오픈했다. 우리나라에도 16개 매장을 운영하며 여성 사이에서 향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제품에 특별함을 입힐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가. 기네스와 딥티크처럼 제품에 리추얼을 덧붙여 보자. 운동화라면 끈을 묶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을 만들고, 만년필은 사용 전에 어떤 의식을 하도록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용할 때마다 반복하는 리추얼이 사람들을 우리 브랜드의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정리=이윤정 IGM 글로벌 응용센터 주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