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의 작은 바람이 허리케인으로 커지면서 금융권을 강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입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고, 여·수신 자금만 5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4월 3일 영업을 시작한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고객 24만명 모집에 약 24일이 걸렸고,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시중 은행 전체에 개설된 비대면 계좌는 약 15만5000개다.
카카오뱅크는 영업 4일 만에 계좌 개설 건수가 82만건을 돌파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는 82만600건, 수신(예·적금)은 2750억원, 여신(대출)은 2260억원이 각각 몰렸다.
이런 추세라면 비대면 영업에서 금융권 전반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성공 요인은 출범식에서 이용우 대표가 언급한 '불편함'의 극복이다. 기존의 금융 서비스가 이용 때 번거롭고 많이 불편하다는 기본 중 기본 인식에서 풀어 갔다. 불편함 해소는 카카오뱅크 서비스의 근간이 된 접근법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서비스는 혁신이다.
대표 사례로 해외 송금이 그렇다. 일반 은행의 영업 창구를 통해 해외로 5000달러를 송금하면 약 5만5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송금 시 스위프트(SWIFT)라는 국제 금융 통신망 사용과 중개료 명목이다. 반면에 카카오뱅크는 씨티그룹 월드 링크망을 활용, 각종 수수료의 거품을 뺐다. 송금수수료는 단돈 5000원이다. 거품을 90% 걷어낸 것이다.
까다로운 대출 프로세스도 개선했다. 총 세 가지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대출을 받을 때 드는 시간은 단 5분밖에 안 걸린다. 최대 1억5000만원을 스마트폰 몇 번 클릭으로 받을 수 있다. 골치 아픈 공인인증서도 없앴다. 상품별로 복잡한 우대금리나 특판 상품도 없다. 은행의 주머니를 채우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관련 3대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한 평균 7분 계좌 개설을 시작으로 수신, 여신, 체크카드, 해외 송금 등 여러 서비스에 각종 수수료와 불편한 프로세스를 제거했다.
이는 역으로 누구나 동등한 금리와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시중 은행의 영업 행태에도 대변화가 예상된다.
대형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전통 은행도 카카오뱅크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의 강점을 흡수하는 노력을 시작했다”면서 “송금·이체는 물론 여러 분야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시도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