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카카오뱅크는 KB·신한·우리·하나은행을 이길수 있을까

[이슈분석]카카오뱅크는 KB·신한·우리·하나은행을 이길수 있을까

카카오뱅크는 KB·신한·우리·하나은행을 이길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금융사 관계자뿐만 아니라 IT기업, 스타트업이 내놓은 의견이다.

이 말 뒤에 전제가 붙는다. “현재는….” 여운이 남는다.

27일 카카오뱅크가 출범했다. 시간당 1만5000명의 고객이 앱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나흘 만에 5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시중 은행에서 경험하지 못한 서비스와 편리함, 카카오톡에서 이어지는 친근함. 카카오뱅크를 향한 관심과 기대가 폭발적이다.

카카오뱅크에 열광하는 이유를 한 줄로 요약하면 '나도 써볼래'다.

카카오톡은 42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다. 대국민 인지도가 높고 사용 경험이 많다. 카톡 효과가 카카오뱅크 서비스로, 또 호감으로 전이됐다.

상품과 서비스는 복잡한 절차와 조건을 모두 걷어냈다. 웬만한 서비스는 수수료가 없다. 전통 은행과 비교해 모바일을 통한 여·수신 상품 금리 경쟁력을 보유했고, 예금자 보호 등 일반 은행이 기본으로 갖춰야할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카카오캐릭터를 입힌 체크카드와 편리한 사용자환경(UI) 등은 덤이다. 기존 은행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단체로 표출되고, 실제 사용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의 돌풍, 그리고 창조적 파괴

하지만 아직 미완이다. 전문가들이 분석했듯, 카카오뱅크의 첫발은 성공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경쟁구도를 만들었고 전통 은행권에 변화의 DNA가 뭔지 보여줬다. 이 DNA가 생태계를 바꿀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흥미진진하다.

과연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을 넘어설 수 있을까. 모바일 금융이 발달한 다른 선진국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핀테크가 주목을 끌 때 많은 사람들은 핀테크로 인해 기존 은행 고객이 많이 이탈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고객 기반이 탄탄하고 기술력을 가진 전통 은행이 역시 강하다. 바클레이즈나 뱅크오브아메리카, 체이스 등은 모바일뱅킹에서 약간 늦었을 뿐 이미 핀테크 혁신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듣는다.

핀테크 붐으로 대량 자금이 거래되는 모바일뱅킹. 이 달콤한 꿀의 덕을 보기 위해 모여든 스타트업.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UI와 사용자경험(UX)은 카피되고 따라잡힌다.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하더라도 핀테크 스타트업, 혹은 IT로만 뱅킹서비스 부문에서 전통 금융과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더 쉽고 편리한 은행을 모토로 삼고 있다. 그 이면에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온리 모바일 뱅크'를 지향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완결판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른바 챌린저 뱅크(Challenger Bank)를 표방했다.

영국에도 카카오뱅크와 같은 챌린저 뱅크가 출범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아톰뱅크와 스타링뱅크, 몬조, 탄뎀뱅크다. 창조적 파괴를 주창하며 출범한 이들 4개 은행은 초반 상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현재는 영국의 메카뱅크인 바클레이즈보다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혁신 모델이 단발성 흉내에 그쳤다는 평가다. 또 전통은행이 보유한 규모의 경제를 넘어설 킬러 서비스가 없다는 점도 추락의 원동력이 됐다.

카카오뱅크는 어떨까. 지금까지 발표한 서비스와 상품은 혁신을 보여줬지만 대형은행 IT 접목 속도를 생각하면 결코 빠르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카카오뱅크 메기효과, 반짝 특수로 그치게 해선 안 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모바일뱅킹 이용자는 2200만명에 달한다. 올해 1분기 로그인 건수만 9억8000만건이다. 국내 대형은행도 모바일뱅킹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뱅크 돌풍이 반짝 특수로 그칠 수도 있는 이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메기효과를 촉발하고, 카카오뱅크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역시 제도적 장치가 선제돼야 한다. 은산분리 규제 해소가 첫걸음이다.

카카오뱅크가 정상적인 대출 증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본비율 규제를 맞춰야 한다. 관리비 충당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상증자도 서둘러야 한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일성으로 말한 혁신을 일으키려면 산업자본 지분율 확대가 핵심이다. 산업자본 10% 지분 제한에 걸려 케이뱅크는 일부 대출상품 신규 집행을 중단한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카카오뱅크의 주주인 SGI서울보증 대표이사로 있었고 인터넷은행에 호의적이다. 현 정부 은산분리 유지 목소리도 일부 대기업-보험사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고려하면 향후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예외 적용 가능성도 있다. 금융산업 혁신을 위해서는 은산분리 규제만은 해결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촉발된 금융 산업 혁신을 위해서도 비 금융기업의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

결국 산업자본을 결합할 수 있는 법적 규제 완화와 이업종 간 상생모델을 만들어야 카카오뱅크가 전통 금융을 뛰어넘을 수 있는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