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超대기업 증세'로 양극화 완화…차별·옥죄기 지적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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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증세'가 결국 현실화됐다. 대상은 초(超) 고소득자와 대기업이다.

정부는 다소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 부담을 늘려서 양극화 완화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보여 준 '분배' 중심 경제 정책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이번 세법 개정의 또 다른 특징은 일자리다. 정부는 일자리 수와 질을 높이는 기업에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준다. '모든 정책 수단을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한다'는 기본 방침을 그대로 세제에도 적용했다.

◇초 대기업 증세…'차별·옥죄기' 지적도

정부는 연소득 2000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종전 22%에서 25%로 높인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 25%에서 22%로 낮춘 최고 법인세율을 원상 복귀시켰다. 주요 20개국(G20)의 평균 법인세율(25.7%)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법인세가 인상되면 개별 기업의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예컨대 연소득 5000억원 기업이 종전에 내야 할 세금이 1095억8000만원이었다면 앞으로는 약 90억원 더 많은 1185억8000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연소득 2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총 129개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으로 연간 총 세수가 2조6000억원 늘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일자리 등 주요 사업에 투입할 실탄이 많아지는 것이다.

정부는 다른 기업의 법인세는 건드리지 않았다. '초 대기업'에만 더 많은 사회 책임을 지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줬다. 그러나 같은 '2000억원 초과' 기업이라 해도 개별 사정은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소득이 수조원대인 기업과 2000억원을 가까스로 넘긴 기업을 똑같은 '초 대기업'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국내 법인은 총 59만개인데 이 가운데 법인세를 내는 기업이 33만개”라면서 “33만개 가운데 상위 129개 기업인 만큼 이들은 여력 있는 대기업”이라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이 대기업에 지나친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법인세 체계는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늘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세계 주요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대기업에는 지나친 차별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호주, 스웨덴 등 24개국은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 프랑스 등 7개국은 2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여유가 있는 대기업에 세금을 더 물려서 일자리 등 주요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자칫 대기업 옥죄기로 사업의 정상 추진을 방해하고 고용 동력을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개인 소득에 물리는 소득세도 법인세와 동일한 원칙을 적용했다.

연소득이 3억~5억원인 개인에게 적용한 소득세율은 종전의 38%에서 40%, 5억원 초과의 경우 40%에서 42%로 각각 높인다. 소득세율 인상을 적용받는 사람은 근로소득자 상위 0.1%(약 2만명), 종합소득자 상위 0.8%(4만4000명) 등이다.

정부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소득세율 역시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OECD 국가 가운데 단일세율 국가, 연방국가 등 국세 비중이 낮은 곳을 제외한 25개국의 평균 소득세율은 41.9%”라고 밝혔다.

◇일자리 늘리면 '파격의 세제 혜택'…실효성은 글쎄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가 일자리 문제 해결인 만큼 세법 개정에도 다양한 관련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일자리 관련 세법 개정에 관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늘릴수록 세제 혜택이 더 돌아가도록 전면 재편,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증대세제의 신설이 눈에 띈다. 기존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고용증대세제를 통합·재설계한 제도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투자와 연계해서 고용을 '간접 지원'했지만 고용증대세제는 투자와 관계없이 고용을 직접 지원한다.

정부는 고용 증가 인원 1인당 일정 금액을 공제해 준다. 중소기업은 상시 근로자 고용 시 1명당 700만원, 청년 정규직이나 장애인 고용 시 1명당 1000만원의 세금을 각각 깎아 준다. 중견기업은 각각 500만원, 700만원이다. 대기업도 청년 정규직, 장애인을 고용하면 1인당 300만원의 세금 혜택을 받는다.

최영록 실장은 “다른 고용·투자지원 제도와 중복 적용을 허용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 재고용 세액 공제 적용 대상은 종전의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된다. 공제율도 기존의 10%에서 30%(중견기업은 15%)로 인상된다. 외국인투자기업의 고용 창출 유도를 위해 감면 한도 적용 시 고용 기준 한도액을 확대한다.

이 밖에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업 세제 지원 확대 △중소기업의 취업 근로자 세제 지원 기간 연장 △근로 시간 단축 기업 세제 지원 확대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신설 등을 추진한다.

일자리 수와 질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제도를 마련했지만 실효성을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과연 기업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고용을 늘릴 것이냐는 근본에 대한 의문이다. 이번에 발표된정책이 상당 부분 과거 정부의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은 예전부터 있던 만큼 신선함은 떨어진다”면서 “세제 혜택이 기업 고용을 늘리는 데 일부 도움은 될 수 있지만 근본 대안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