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소득(세전 이익)이 2000억원 이상인 초(超) 대기업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오른다. 중소기업이 청년정규직·장애인 고용을 늘리면 1명당 최대 세금 1000만원을 깎아 주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 받는 1명당 세액 공제도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인다. 연 3억~5억원을 버는 개인 소득세율이 38%에서 40%, 5억원 초과 땐 40%에서 42%로 각각 올라간다.
정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고위당정협의·관계부처 합동 논의 등을 거쳐 더불어민주당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최종 확정됐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고소득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일자리 사업 등에 투입, 양극화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대기업·고소득층 옥죄기'로 일자리 창출이나 소비 진작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간 세전 이익이 2000억원을 초과하는 초 대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기존의 22%에서 25%로 높이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낮춘 법인세율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셈이다. 높아진 법인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129개로, 연간 2조6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는 효과가 예상된다.
연소득이 5억원을 초과하는 개인에게 적용하는 소득세율은 종전 40%에서 42%로 올렸다. 연소득이 3억~5억원인 경우 소득세율은 38%에서 40%로 높였다. 약 9만3000명이 소득세율 인상 적용을 받아 연간 총 1조700억원의 세수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여력이 다소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세 부담을 적정화했다”면서 “확보한 재원으로 취약계층과 영세기업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소득세 인상은 '분배'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보여 줬다. 한편으로는 세 부담이 늘어난 대기업의 사업·고용 위축 우려도 제기됐다. 증세에도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 재원 178조원(5년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일자리 지원을 위한 각종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
고용증대세제를 신설, 중소기업이 청년정규직·장애인 고용을 늘리면 1명당 최대 1000만원의 세금을 깎아 준다. 기존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고용증대세제를 통합, 재설계한 것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세액공제도 1인당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린다.
올해 일몰 예정인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대신해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신설했다. 투자·임금증가·상생협력에 지출한 금액이 일정액에 못 미치는 기업에 세금을 물린다. 사내유보금 증가를 막고 상생 경영을 촉진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3~22일 입법 예고를 거쳐 9월 1일 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세수가 연간 5조5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민·중산층, 중소기업 세 부담은 8167억원 줄어들고 고소득자·대기업·외국인 등은 6조2818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일자리 창출, 소득재분배, 세입기반 확충에 역점을 두고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면서 “소득 재분배 개선을 위해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고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은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