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이 모바일게임에서 유일한 비즈니스 모델(BM)일까. 그렇지 않다.
시장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없거나 비중을 낮췄음에도 매출 상위권에 드는 게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베스파가 만든 모바일게임 '킹스레이드'는 확률형 아이템을 최대한 배제한다. 이용자는 원하는 캐릭터를 지정, 구매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올 상반기에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까지 올랐다. 출시된 지 반 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5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 룽청이 한국에 출시한 '소녀전선'도 좋은 사례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확률형 아이템은 캐릭터 능력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마저도 특정 아이템을 얻기 위해 최대 20만원 정도만 '뽑기'에 투자하면 대부분 획득이 가능하다.
'소녀전선'은 8월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4위에 올랐다. '리니지M'(엔씨소프트), '리니지2레볼루션'(넷마블게임즈), '다크어벤저3'(넥슨) 등 국내 굴지 게임사들이 출시한 대작 바로 뒤를 잇는다. 하루 매출이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로얄' 등 슈퍼셀이 세계에 흥행시킨 모바일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이 없거나 비중이 미미하다.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게임 전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유독 일본,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국은 캐릭터 육성 경쟁을 모티브로 한 역할수행게임(RPG)이 시장 주류를 형성하다 보니 불만이 더 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RPG를 표방한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손쉬운 수단'으로 설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뽑기' 없이 무과금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길을 택하는 이용자가 많다. 뽑기가 없는 게임과 있는 게임은 매출 격차가 크다. 한 달에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리니지M' '리니지2레볼루션'은 확률형 아이템이 핵심 BM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기본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다 보니 결국 일부 고과금 이용자에게 기대는 BM을 선택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다.
게임사 관계자는 “대형 RPG는 캐릭터 성장과 경쟁이 게임의 주요 목적이어서 이용자들이 투입 비용 대비 가치 있는 아이템을 획득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면서 “확률형 아이템은 이런 이용자 요구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언제든지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