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433억원 규모 부정청탁 및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 측은 최종변론에서 구체적 증거없이 정황만으로 내놓은 구형이라며 반박했다.
특검팀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는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전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사진1】 박영수 특검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직접 구형에 나섰다.

특검팀은 “전형적 정경 유착에 따른 부패 범죄로 국민 주권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피고인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처벌해야 국격을 높이고 경제 성장과 국민 화합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를 포함한 그룹 현안을 해결하는 데 박근혜 전 대통령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뇌물을 건네기 위해 회삿돈 298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최씨의 독일 회사에 송금해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킨 혐의(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도 받고 있다.
최씨의 딸 정유라가 탄 말 소유권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최씨 모녀를 모른다고 거짓 증언했다고 보고, 국회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형을 구형한 것은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크게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입증되면 10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단순 뇌물 공여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 수준이다.

특검 구형이 이후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을 펼쳤다. 이번 변론은 1심에서 이 부회장이 혐의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 부회장은 자신을 가리키며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 대통령에게 뭔가 부탁하거나 그런 기대를 하며,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그런 욕심을 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부회장 혐의 중 하나인 뇌물 공여에 전면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한편으로 도의적 책임을 공감하듯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고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했다. 모두 제 탓”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 시간 동안 수차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특검 구형에 대해서는 '정황 사실일 뿐 증거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가 없다”면서 “부정적 인식하에 추측만 나열했다”고 주장했다. 정황 증거나 간접 사실로는 유죄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특히 경영권 승계 등 대가성 없이 최씨의 강요와 공갈로 정유라 승마 지원을 했다는 주장을 냈다. 대가가 없어서 뇌물죄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특검이 승계 작업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사건을 끼워 맞췄다는 주장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주장한다는 뜻의 '견강부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부회장 측은 이미 그룹 안팎에서 이건희 회장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어 승계 작업이 필요없다는 점도 부연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지난 4월부터 5개월 동안 50여 차례 진행됐다. 이날 특검 구형 이후 법원의 1심 선고는 오는 25일 오후 2시 30분으로 예고됐다. 이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판결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