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업계 산증인이자 반도체 신화 초석을 놓은 강진구 전 삼성전자·삼성전기 회장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경북 영주에서 출생한 강 전 회장은 대구사범학교와 서울대 전자과를 졸업하고, KBS와 미8군 방송국에 근무한 데 이어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이사를 거쳐 1973년 삼성전자에 상무로 입사했다.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 신뢰를 받았던 강 전 회장은 이후 삼성전자 전무·사장, 삼성전자부품·삼성정밀 사장, 삼성반도체통신 사장, 삼성전기 대표이사, 삼성전자·삼성전관·삼성전기 회장, 삼성그룹 구조조정위원 등을 거치며 삼성 '반도체 신화' 초석을 놓았다. 1995년 6월 '삼성 명예의 전당' 설립과 동시에 첫번째로 헌액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6년 강 전 회장이 발간한 회고록 '삼성전자 신화와 그 비결' 추천사에서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최대 공로자”라면서 “세계 전자업계에서조차 강 회장을 한국 전자산업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전 회장은 1960년 국내 최초 민영 TV방송인 동양방송 개국에 참여하면서 '우리 전자산업의 뿌리를 내려보겠다'면서 모든 TV방송장비를 우리 기술로 제작하는 역할을 자임했으며, 이를 눈여겨본 이병철 전 회장으로부터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성전자에 부임하자마자 적자였던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바꿔놓은 데 이어 세계적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키웠다. 상무로 부임한 지 3개월 만에 대표이사 전무로, 전무가 된 지 9개월 만에 다시 사장으로 발탁되는 초고속 승진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특히 전자공업진흥회장, 전자산업진흥회장, 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등을 지내며 국내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고, 2006년에는 서울대와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 올랐다. 강 전 회장은 금탑산업훈장, 벨기에 그랑그로스왕관훈장, 포르투갈 산업보국훈장, 정보통신대상, 장영실과학문화상 등을 받았다.
2000년 12월 31일 건강 문제와 후진 양성을 이유로 삼성전기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유족으로는 강병창 서강대 교수, 강선미 서경대 교수와 강선영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3일 오전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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