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변혁 시대 핵심으로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가 떠오르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는 직원이 사무실 책상에서 벗어나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업무를 볼 수 있는 모바일 비즈니스 환경을 뜻한다.
기업 모바일 환경은 네트워크 기술의 비약 발전, 클라우드 보급 확산,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다양화 등에 힘입어 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
모빌리티는 엔터프라이즈 생산성을 높여 준다. 엔지니어가 현장이 아닌 가정에 있거나 이동하면서 원격으로 회사 서버에 접속, 업무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빌리티는 최근 산업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석유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중공업 플랜트에서부터 관광객이 방문하는 최고급 리조트·호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현장에서 모바일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산업 현장 모빌리티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무전기다. 스마트폰은 산업 현장에서 즉각 반응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고, 현장 소음 때문에 음성이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작업자 상호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중앙관제실로부터 공지 사항을 전달받는 것도 무전기를 통해 이뤄진다. 무전기는 최근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업의 대규모 사업장을 생각해 보자. 이 기업은 과거 아날로그 무전기를 사용하면 업무용 주파수 수십 개를 할당 받아 무전기 수천대를 사용해야만 했다. 아날로그는 주파수 자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혼신과 단절이 셀 수 없이 발생했다. 무전기 사용량이 많은 날은 배터리도 빨리 닳아서 통상 8시간인 교대 근무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
반면에 디지털 무전기는 시분할다중접속(TDMA) 기술 등을 사용해 채널 용량과 주파수 효율성을 대폭 높였다. 위성항법시스템(GPS), 와이파이, 블루투스, 애플리케이션(앱)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가 되면서 디지털무전기의 모빌리티가 강화됐다.
최근 산업계가 무전기 사용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스몰 데이터'의 효율 활용이다. 산업 현장에서 통용되는 스몰 데이터는 작업자 개인의 이동 경로, 위치 정보, 건강 상태, 작업 방식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센서·텍스트메시지·이미지 등 데이터를 뜻한다.
예를 들어 앞에서 말한 대형 선박 제조 사업장 사례를 다시 생각해 보자. 무전기에 부착된 GPS에서 생성되는 스몰 데이터를 통해 중앙관제실은 작업자 위치 정보를 대시보드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작업자가 업무 처리 때 비효율적인 이동 경로를 보였다면 이 역시 분석, 수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맨다운 기능이라는 것이 추가됐다. 무전기가 수평 상태로 오래 지속되면 무전기에 부착된 센서가 중앙관제실로 경고를 자동으로 보낸다. 작업자가 사고로 쓰러져 있는 경우 중앙관제실에서 사고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산업 현장의 모빌리티에 안전성이 추가됐다.
모빌리티에 효율성이 강화될 수 있다. 무전기 네트워크가 스마트폰을 지닌 직원이 무전을 수신할 수 있도록 통신사 네트워크까지 확장할 수 있다. 대규모 리조트나 호텔은 공항 픽업을 나간 버스 운전기사와 매니저 간 무전 통신을 계속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매니저는 버스의 현재 위치에 맞춰 손님 응대를 준비할 수 있다. 리조트 근무 매니저 간 간단한 업무 지시는 음성이 아닌 텍스트메시지 송신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스몰 데이터의 중요성은 자사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기업 130여곳을 대상으로 업무 환경 내에서 데이터의 가장 주된 사용처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91% 기업은 직원 안정성 확보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 모니터링, 분석하고 그 결과를 직원과 공유한다고 답했다. 또 73% 기업은 스몰 데이터를 분석, 복잡한 업무를 간소화하는 데 사용한다고 답했다.
기업은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 모빌리티를 촉진하는 것은 산업 현장의 안전성, 효율성, 생산성 등을 고루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4차 산업혁명 시작점에 놓인 시기에 산업 현장을 한걸음 진일보시킬 수 있는 모빌리티에 많은 기업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마이크 오코너 모토로라솔루션 아태지역 부사장 michael.o'connor@motorolasolut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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