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바라보는 에너지업계 인사의 말이다. 정부는 공약대로라면 백지화됐을 계획에 사회 합의를 거치는 것이라며 객관성과 중립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에너지업계 시각에서 정부는 이미 균형을 상실했다. 공론화의 장은 탈원전으로 기울었다.
가장 큰 이유는 180도 달라진 원전에 대한 정부 입장과 소통 방식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탈원전에 의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 “LNG발전과 신재생이 더 저렴해진다” 같은 발표는 불편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원전이 가장 싼 에너지” “LNG발전과 신재생으로 원전을 대체하기엔 한계”라고 말해 온 정부가 불과 한 달 만에 180도 다른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에너지 시장 전망을 단언하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과 전력 수급 안정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원자력·석탄·화력·신재생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개발했고, 정부 역시 그렇다고 말해 왔다.
지금은 다르다. 탈원전 우려는 정부의 '문제없다'는 입장으로 정리된다.
에너지업계는 그동안 국제 자원 시장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이들에게 앞으로 수십년 동안의 LNG 가격 동결과 신재생 기술 발전을 전제로 한 탈원전이 자신감을 넘어 거만함으로까지 비춰진다.
모두가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부터 여당, 정부 부처, 환경단체까지 원전은 위험하고 비싼 전원이라고 말한다. '원보이스' 전략이다.
원보이스는 좋게 보면 강력한 조직력에서 나온다. 국가로선 그만큼 정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달리 보면 내부 비판이 없는 조직이다. 지금 정부에선 누구도 탈원전 우려나 변수를 얘기하지 않는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침묵했다. 굳이 들춰 봐야 사단만 일으킨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 탈원전과 관련해 '원보이스'를 내는 정부가 도리어 영혼 없는 공무원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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