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은 일촉즉발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원 4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관이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는 1시간 동안 삼성 측과 특별검사팀, 방청인 모두 숨을 죽여 경청했다. 팽팽한 긴장감 끝에 재판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굳은 표정이었지만 담담해 보였다. 오히려 방청석에 있던 한 사람은 벌떡 일어나 “이게 재판이냐”며 소란을 피웠고 결국 법원 관계자에게 제지를 당해 퇴장했다.
지금 삼성도 당시 법정처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받으면서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은 현실이 됐다. 최소 2심까지 수개월 동안 이 부회장의 빈자리를 오롯이 감내할 수 밖에 없다.
경영 공백이 내부 리스크라면 대외 리스크는 더 위협적이다. 우선 삼성은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쌓기 힘들지만 추락은 한순간이다. 특검조차 삼성이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한다고 강조할 만큼 삼성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우리 경제에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반도체 호황으로 상반기 실적은 양호했지만 장밋빛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경제 보복 조치가 수출을 발목 잡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90% 안팎인 삼성전자에게는 언제든지 폭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경쟁사들이 앞다퉈 4차산업혁명을 위한 기술 투자에 나섰지만, 의사 결정 체계 문제가 생긴 삼성은 소극적 움직임을 보인다. 이 부회장 구속 후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 대응도 늦어지고 있다.
결국 많은 리스크가 '뉴 삼성'을 가로 막고 있다. 삼성도 이 리스크들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리스크를 견딜 수 있는 체력과 체질을 갖추는 것이다. 일정 기간 총수 부재로 인한 리스크를 정확히 인식하고 경영 공백 최소화에 집중해야한다.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게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 의사 결정 시스템도 갖춰야한다. '뉴 삼성'에게는 이 부회장의 2심 준비만큼이나 시급한 숙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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