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시다 카즈오 니콘그룹 대표는 스스로 “렌즈 기술자였다”고 소개했다. 1975년 니콘 전신인 일본광학공업에 입사한 40여년 동안 카메라 개발에 인생을 바쳤다. 그의 꿈은 '최고의 카메라'를 만드는 것이다. 일부는 카메라 기술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하지만 우시다 대표는 곧 8K 카메라처럼 고성능 제품이 일반화돼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중소형 카메라나 콤팩트 카메라는 스마트폰에 밀려 하락세를 걷고 있다. DSLR 시장 규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4년 니콘그룹 대표 자리에 올랐을 때부터 그는 경영자로서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니콘 경영 상태는 악화 일로였다. 대표적인 지표가 한국 시장이다. 니콘이미징코리아 2012년 매출은 1975억원이었지만 2013년 903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매출은 671억원까지 떨어졌다. 본사 상황도 만만치 않다. 2016년 매출액은 5204억엔으로 3년 전보다 30%나 줄었다.
우시다 대표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올해 3월에는 일본 직원 가운데 1000여명을 감원했다. 니콘의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형으로 '체질 개선'을 위한 단계적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우시다 대표는 “(카메라를 포함한) 영상 사업부의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해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남겨두었다”면서 “콤팩트 카메라 등 일부 사업에서 실적이 빠지더라도 경영에 문제가 없는 체력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시다 대표가 언급한 체질 개선 핵심은 자금을 추가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다. 이 자금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한다. 최근 발표한 D850과 D7500 등 DSLR 카메라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 제품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 카메라 외 의료광학기기와 반도체·디스플레이 노광장비 사업의 경쟁력도 확보한다. 현재 매출 비중은 20%로 안팎이지만 꾸준히 사업 규모를 키워나간다.
니콘은 옵토마라는 안구 촬영 전문 회사와 협업, 의료기기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베릴리라는 생활과학기술 기업과는 인공지능(AI) 개발에 협업 중이다. 우시다 대표는 “니콘의 광학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근 투자하는 안구 촬영, 인공지능(AI), 세포 생산 사업을 강화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