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촉발시킨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는 제조사와 유통망도 통신비 인하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 측면이 강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4조6000억원대 통신비 절감 대책 가운데 25% 선택약정할인율, 취약계층 지원, 보편요금제 등 대부분이 이통사 요금제를 직접 겨냥했다.
이에 대해 이통사는 통신요금 고지서에 서비스 사용료와 단말기 대금, 부가 서비스 이용료가 2대 1대 1가량으로 부과되는데 서비스 사업자만 요금 인하 부담을 온전히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A통신사 회계자료를 제공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통신 서비스 이용요금 비중은 54.6%, 단말기 할부금 비중은 21.2%, 콘텐츠 등 부가사용 금액은 24.2%를 각각 차지했다.
이통사는 직접 관리하는 요소가 이용요금밖에 없는 데도 '비싼 요금이 이통사 배만 불린다'는 식의 사회 인식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는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소비자의 경우 제조사에는 단말기 할부금을 내고 이통사에는 이용 요금을 납부하는 식으로 단말기 유통과 서비스 가입이 분리, 인식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통신료 문제로 이통사가 모든 비난을 다 받고 있다”면서 “통신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통사뿐만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 등 많은 플레이어들이 동참해야 한다”며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의 4조6000억원대 통신비 인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현실 고민도 반영됐다.
이통사는 연간 마케팅 비용으로 약 7조원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최소 2조원 이상을 유통망 관리에 투입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분을 감당하고 5세대(5G) 이동통신 등 신사업에 투자할 여력을 찾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현실 대안으로 마케팅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한 치열한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
3사별로 일부 온도차는 존재한다.
SK텔레콤은 “통신비 인하 부작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는 “통신비 인하 부담을 분담할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함을 보였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