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지하벙커에서 의문사 한 김훈 중위가 순직 인정을 받으면서, 그의 아버지 김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척 씨는 1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아들 훈이는 죽었지만, 미력이나마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훈 중위는 지난달 31일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결정으로 세상을 떠난지 19년 만에 순직 처리됐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JSA 소초(GP)에서 머리에 총상을 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서둘러 사건을 자살로 결론 내리고 덮으려고 했지만, 사건 현장에서는 타살 가능성을 암시하는 흔적이 나오면서 그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김 중위의 손목시계와 사건 현장의 지뢰 박스 등이 부서져 있어 김 중위가 사망 직전 누군가와 격투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김 중위 소속 부대 일부 장병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군 GP를 오가는 심각한 군기문란 행위를 저질렀고 이를 뿌리 뽑으려던 김 중위가 살해됐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김 중위의 의문사로 유가족의 삶도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예비역 중장으로, 명예롭게 군 생활을 마친 김척 씨는 사건의 진상규명과 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자신이 평생 몸담았던 군을 상대로 기나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김척 씨는 1999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06년 12월 군 당국에 부실한 초동 수사의 책임이 있다며 유가족에게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2012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방부에 김 중위의 순직 처리를 권고했지만, 국방부는 5년이 지나서야 김 중위 사망의 공무 수행 관련성을 근거로 순직 처리하게 됐다.
김척 씨는 "군 당국이 아들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아 오랜 세월 고통을 겪었다"며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게 국민의 군대"라고 말했다.
이어 "의문사도 세상에 알리고 공론화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노력을 통해 제2, 제3의 김훈 중위 사건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윤민지 기자 (yun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