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얼음판 경제에 '산업 홀대론'까지

연일 터지는 대내외 악재에 경제·산업계의 긴장감과 피로감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북핵 리스크가 흔들어 놓은 우리 경제는 전 같으면 가벼운 감기 정도로 지나쳤을 리스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내부로는 법인세 인상과 통상임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문제 등이 직·간접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몽니로 여기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가 현실로 다가오면 산업계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진다. 빨간불이 들어온 각종 경제 지표와 함께 투자 의지는 상실됐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제시한 '3% 경제 성장'은 한층 요원해진다. 미약하게나마 성장세를 이어 온 수출도 불안하다. 기업 경영 여건이 대내외로 악화되는 상황인 만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틀에 짜인 정부의 메시지는 위기감 확산을 막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에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일부 주력 산업이 '불안한 우리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과거 과감한 선행 투자의 결실이다. 그러나 최근 투자가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서고, 산업계 반응은 싸늘하게 바뀌었다. 투자 결정은 기업 몫이지만 여건 조성을 위한 최소한의 정부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산업계에 홀대론이 확산하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가 최우선인 정부에서 '산업 홀대론'이 퍼지는 기현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산업 분야 육성·진흥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만약 있었다고 해도 과거 산업 정책의 진행형에 불과한 지엽 성격이었다.

역대 정부는 모두 출범 초기에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는 행사를 가졌다. '잘못된 관행'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정부가 멍석을 깔아 주고 기업이 화답하는 기회'는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우리 산업계에 반도체 같은 효자 산업은 하나도 존재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홀대론'이 퍼지고 있는 산업계에 청진기를 대 보고 그들 속앓이에 처방전을 내려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