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북핵에 심각모드…"트럼프 욱할라, 런던도 위험" 우려

유럽도 북한의 잇따른 핵 도발에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은 자국에 대한 안보위협을 토로했고 유럽의회는 북핵을 공식 의제로 다룬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중재 역할을 자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의 '북핵 역할론'을 소개하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 북미갈등을 둘러싼 유럽인들의 우려를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북핵) 협상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면 즉각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특히 독일이 문제 해결을 위해 능동적인 역할을 맡아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까지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부 장관이 중재 역할에 회의적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당시 지그마어 장관은 “세계 반대편 분쟁”이라며 “그곳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게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시험한 데 이어 6차 지하 핵실험까지 강행한 뒤 태도가 변화했다. 가디언은 독일의 이런 입장을 두고 유럽에서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확산하고 있는 우려를 주목했다.

또 유럽이사회 회원국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표결에서 원하는 대북제재 결의를 얻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이번에도 진전을 보지 못하면 유엔 안보리가 더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회의체로서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이사회는 EU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으로 사실상 EU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다. 이 기구에서 유엔 전문가로 활동하는 리처드 고원은 “유럽인들은 미국이 욱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물타기'로 대북제재 수위를 낮추고, 그 결과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리를 포기할 수 있어 EU 회원국들이 긴장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북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거의 통일된 목소리를 내오던 영국도 이번에는 개별 입장을 강조했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현재와 같은 상황은 오판이나 대응을 촉발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자국 영토와 군사 기지, 자국민을 방어할 전권을 갖고 있다”며 “그렇지만 영국도 여기(북핵문제)에 관계가 있다. 런던은 북한과 북한 미사일과의 거리가 (미국 서부에 있는) 로스앤젤레스보다도 가깝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도 북핵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로 했다. 유럽의회는 오는 1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의 6차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유럽의회가 북한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