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디스플레이는 홀로그래피, 스트레처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무안경 3D 등 다양한 형태의 진화가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센서 등 다양한 반도체 기술이 디스플레이와 융합되는 사례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디스플레이에 칩을 부착하는 형태를 넘어 패널과 칩이 일체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 간 기술 주도권 다툼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려면 새로운 분야 원천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산업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신기술 개발 역량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홀로그래피,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은 일본과 미국이 기술 우위를 가졌고 원천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원천기술 확보 노력보다는 기존 기술을 응용해 산업에 접목하고 상용화하는데 강점을 발휘했다. 상용화 기술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원천 기술이 없으면 개발과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원천 기술 확보는 인재 확보 노력과도 이어진다. 기초 기술을 연구하고 기초 역량이 탄탄한 인재가 많아야 한다. 지난 수년간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인재가 타 인기 연구 분야로 빠져나가는 등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와 빠른 기술 성장 속도는 현지로 건너간 한국의 전문 인재가 바탕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넘어 센서,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반도체·소프트웨어(SW) 기술 역량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지도 고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클 베이 감독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거리의 대형 광고판이 지나는 행인의 눈동자를 인식해 개인정보를 빠르게 분석한 뒤 타깃 광고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디스플레이에 상당한 수준의 인식 센서를 접목하고 빅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가 현실과 가까운 수준의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람·사물 간 정보를 주고받는 역할, 대상을 스스로 감지하고 대상과 상호 소통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방향이 폼팩터 변화 위주지만 앞으로는 디스플레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역량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이 분야 전문 기업과 협업할 수도 있지만 필요에 따라 새로운 핵심 역량을 내재화할 필요가 커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개발 주도권을 놓고 산업간 충돌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게 된다.
이처럼 미래 디스플레이 시대에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기술·산업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선점하려면 그에 걸맞은 연구개발 체계가 필요하다. 선두를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없는 시장을 만들어내는 퍼스트 무버형 연구개발(R&D) 체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금까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성장했다. 유광발광다이오드(OLED) 성장으로 막 선두에 올라선 만큼 새로운 퍼스트 무버형 R&D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이창희 서울대 교수는 “퍼스트 무버는 누구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인 만큼 실패 위험이 크더라도 성공 가능성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연구를 추진하는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형 연구개발에 국한돼 있었지만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면 연구개발 체계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