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신제품에서 한국 부품 비중이 높아졌다.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X의 핵심 부품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맡으면서 한국 부품에 대한 애플의 의존도가 커졌다.
◇'아이폰X' 신부품, 삼성·LG가 제조
애플이 13일 새벽 발표한 아이폰X은 예상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페이스ID를 장착하고 나왔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10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OLED를 탑재했다. 사용자 인증을 위해 그동안 사용했던 지문인식 대신 3D센싱 모듈도 넣었다. 이 3D 모듈은 적외선카메라·투광일루미네이터·도트프로젝터 등이 조합된 모습이었다.
아이폰X에서 가장 특징적이었던 이 두 가지 부품은 모두 국내 기업이 만들어 공급한다.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3D 모듈은 LG이노텍이 제조를 맡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OLED를 공급하는 건 처음이다. LG이노텍도 그동안 카메라 모듈을 납품한 바 있지만 3D센싱 모듈은 첫 거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애플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부터 공장을 새로 짓거나 전용 라인을 갖춰 공급을 준비했다.
◇MLCC·PCB·배터리 비중 확대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인쇄회로기판(PCB)도 애플에 첫 공급하게 됐다. MLCC는 전기를 일시 저장한 뒤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부품이다. PCB는 인체 혈관과 같이 제품 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기의 MLCC 공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신형 아이폰에서 공급 수가 늘었다. 아이폰X는 성능 향상으로 MLCC를 전보다 20% 증가한 대당 1000개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또 고성능 MLCC를 요구해 삼성전기의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능 MLCC는 일본 무라타와 삼성전기 등 세계적으로 소수 기업만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기는 이와 함께 이번 아이폰X OLE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를 새롭게 공급하게 돼 애플과 협력 범위를 더 넓혔다. 삼성전기 RFPCB는 삼성디스플레이 OLED와 결합돼 애플에 납품된다. OLED용 RFPCB는 삼성전기 외 국내 인터플렉스와 비에이치도 공급을 맡고 있다.
배터리에서는 삼성SDI와 LG화학이 두각을 나타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아이폰X은 물론 아이폰8·아이폰8플러스 모델 배터리를 수주했다. 특히 아이폰X은 리튬이온배터리 두 개를 결합, 용량을 2700㎃h까지 확대하는 새로운 제조 방식이 도입돼 기술 변화를 예고했다. 애플은 2018년 출시 예정인 차기 아이폰에 알파벳 'L'자 모양의 일체형 배터리를 채택할 계획이다.
◇OLED 독점 효과…소재·부품도 확대
이 외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공급 효과로 다른 부품도 기회가 생겼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아이폰X에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DDI)를 공급한다. DDI는 디스플레이 구성 요소인 화소를 제어하는 반도체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단독 납품이다.
OLE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투메탈 칩온필름(COF)은 스템코와 LG이노텍이 맡는다. 스템코는 삼성전기와 도레이가 합작 설립한 기업이다.
투메탈 COF는 OLED 패널을 DDI, PCB와 연결하는 부품이다. 양면에 미세회로를 설계할 수 있어 고부가로 꼽힌다.
DDI를 투메탈COF에 붙이는 작업은 스테코에서 담당한다.
아이폰X OLED를 구성하는 소재에도 국내 기업이 가세했다. 삼성SDI는 인광그린호스트를, 덕산네오룩스는 레드 계열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애플은 공급망 관리를 위해 단독 부품 공급사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용 OLED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해 이 원칙이 깨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OLED 시장 점유율은 무려 90%가 넘는다. 이런 OLED 디스플레이 1위의 힘이 후방산업계로 번지면서 국내 기업 수혜가 더 커졌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아이폰X 부품 공급사와 품목>
(자료: 업계 종합)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