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동대문 DDP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는 예년과 다른 풍경이 벌어졌다. 여느 때와 달리 정보기술(IT) 인재를 찾기 위해 분주했다. 통합 보험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사, 비대면 금융 거래 통합솔루션 운영회사 등 신설 핀테크 업체까지 박람회에 참여해 구인에 나섰다.
핀테크 발전과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이에 걸맞은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 금융 거래 환경이 디지털, 모바일로 바뀌면서 금융권은 채용 시즌마다 IT 인력 채용 규모를 늘려 왔다.
그러나 금융권 전체에서 IT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금융정보화추진위원회가 올해 펴낸 '2016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53개 금융사의 IT 인력 규모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금융 IT 인력 감소의 주된 이유는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 IT 환경이 대부분 인프라 구축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차세대 시스템 도입 등 내부 통제 환경을 위한 기본 IT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는 정보 보호를 위한 필수 인력 외 인력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금융권 정보 보호 인력만 전년 대비 3.0% 증가한 831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 안정성 강화에만 치중해 온 금융권은 카카오뱅크 등장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급한 불이라도 끄자는 심정으로 사방팔방 전문 인력을 찾고 있지만 우수 인력의 눈은 신규 창업이나 해외로 향해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한 관심은커녕 금융 사고에 대한 각종 책임만 쌓이는 금융 IT 시장의 오랜 관행이 만든 현실이다.
보안 사고가 터져도 책임을 회사가 아닌 IT 담당자와 외주 업체에 묻는 관행은 여전하다.
금융 IT 융합 인력에 대한 금융권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 인력을 이공계 출신이나 IT업계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만으로는 어렵다.
금융 산업에 관한 기본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등 신규 융합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금융권 자체 인력 수급 전략이 시급하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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