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린터 사업부가 HP에 매각되는 틈을 노려 후발주자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강화로 프린터·복합기 주도권을 노린다. 업체마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정조준 하고 있어 치열한 순위 다툼이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엡손은 폐지를 새 종이로 만들어 인쇄하는 '페이퍼랩' 국내 출시를 준비한다. 페이퍼랩은 기존에 인쇄한 종이(폐지)를 분쇄해 새로운 인쇄 용지로 쓸 수 있는 기기다. 한국엡손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는 선보이지 않은 제품이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제품 문의가 쇄도해 한국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소코리아도 기존 복합기·프린터와 결합, 책 제본을 하거나 봉투에 인쇄물을 자동으로 넣어주는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최근 교재를 대량으로 인쇄하는 학원 프랜차이즈 등에 공급하고 있다. 브라더인터내셔널코리아는 포장재 인쇄 등 산업용 프린터 사업을 준비한다. 토너 등 소모품이 떨어지기 전 미리 정보를 제공하고 유지 보수해주는 브라더 '사전서비스(BS)'도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등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도 대형 인쇄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주문 제작형 인쇄기 제품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프린터·복합기 업체의 이런 행보는 삼성 프린터 사업부 매각에 따라 시장 공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HP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각을 위해 사업부를 '에스프린팅솔루션'으로 물적 분할했지만 일부 국가에서 매각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HP는 아직 매각 대금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터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HP로 (프린터 사업부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잘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면서 “사업 속도가 기존 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종의 '시장 공백기'인 시점에서 후발주자의 공격적인 사업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내 점유율 50%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가 주춤한 지금을 기회로 잡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공백 기간 동안 우리(후발주자)쪽에서 늘릴 수 있는 시장이 있다고 본다”면서 “일종의 찬스 같은 시기”라고 밝혔다.
프린터·복합기 업체들은 시장이 포화된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 수익성이 높은 B2B를 적극 공략할 전망이다. B2C보다 성장 잠재성이 크다는 이유도 한몫한다. 업계에서는 프린터·복합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 양상이 확대되면서 시장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가진 '파이'를 최대한 많이 가져오는 것이 업체들의 목표”라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2017년 1분기 세계 프린터·복합기 시장 점유율
(단위 : %)
자료 : IDC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