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2-4로 완패했던 한국 대표팀이 사흘 뒤인 지난 10일 열린 모로코전에서 손흥민, 이청용, 기성용 등 최정예 선수들을 기용하며 승리를 다짐했으나, 1.5군 선수들을 내세운 모로코에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한국과 모로코의 평가전에서 해설을 맡은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인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길을 잃은 한국축구’라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전했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많은 팬이 한국 축구를 비난한다"는 질문에 "한국 축구가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다 축구인들 잘못이다. 대표팀도, 축구협회도, 심지어 축구계를 떠나있는 나도 잘못했다. 누군가를 지목해 책임을 묻는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 축구와 팬들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건 아닐까"라는 물음에 "팬들은 응원할 수도, 욕을 할 수도 있다.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 언성을 높인다. 관심이 없으면 비난도 안 한다. 러시아는 월드컵 개최국인데도, 한국 평가전 날 모스크바의 경기장을 가득 채우지 못했다. 욕먹는 것도 고맙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 해설위원은 "월드컵 4강 진출의 경험에서 볼 때 후배들에게 어떤 얘길 해줄 수 있나"라는 요청에 "(월드컵 4강 진출) 당시 우리는 스스로 부족한 걸 알았다. 선수는 프로팀에서 자신을 위해 뛰어야 한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자신이 아닌 나라를 위해 뛰어야 한다. 팬과 언론이 욕한다고 기분 나빠해서만은 안 된다. 나라를 위해 뛰다 보면 당연한 일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나는 경기 후 탈진해서 밥도 못 먹고 토하기도 했다. 국민이 대표선수들에게 그런 모습을 원하는 건 아닐까"라고 후배들을 향해 쓴소리를 남겼다.
한편,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모로코전 경기 직후 "냉정히 따지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이 정도로 몸이 무겁고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윤민지 기자 (yun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