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의 일부다. 최근 원전 논란을 보면 문득 이 시구가 떠오른다. 원전은 현 인류가 사용해 온 가장 뜨거운 에너지이지만 지금은 골목길 쓰레기통 한쪽에 쌓여 있는 연탄 무더기처럼 발에 차인다.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에너지 분야 국정감사장에서도 원전은 동네북 신세였다. 신고리 공론화의 공정성에서부터 원천 기술 자립 문제, 원전 관련 기관들의 홍보 활동까지 도마에 올랐다.
원전 산업 육성의 선봉에 서 있던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정부 들어 180도 달라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줬다. 장관 중심으로 여당 의원들과 함께 지진 안정성, 사용후핵연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발전 단가 문제 등을 언급하며 원전을 사양 산업으로 묘사했다. 수출 관련 원천 기술 보유와 관련해선 산하기관과 다른 해석을 함으로써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체 수출이 가능하다, 산업부는 미국 승인이 있어야 수출이 가능하다며 주장이 서로 갈리는 대목에선 과연 이틀 전까지 해도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한 기관인지조차 의문이다.
지난 40년 동안 경제 성장을 위해 횃불을 밝혀 온 원전은 더 이상 값이 싸지도 안전하지도 않고, 원천 기술도 보유하지 못한 산업이 돼야 하는 형국이다. 원전 관계 기관의 홍보 활동은 문제가 되지만 정부의 탈원전 홍보는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또 공론화라는 경기장에서 본업이 원전인 선수(원전 관련 기관)는 홍보를 할 수 없는 데 반해 정작 최종결정권을 쥐고 있는 심판(정부)은 탈원전을 홍보하는 판국이다.
서울대 공대 학생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탈원전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원전은 재료역학, 열역학, 유체역학 등 3대 역학 집합체다. 핵공학을 포함한 현대 공학의 정수가 모두 모여 있는 산업이다. 우리가 불안해 하면서 원천 기술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원전은 유럽 인증을 최종 통과하는 등 오히려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은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 역시 장기로 볼 때 긍정 요인이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분을 위해 우리가 그동안 쌓아 온 산업 기술의 정점이자 에너지 산업 혁신 성장의 결과물인 원전을 스스로 깎아내리며 토사구팽하는 모습은 국익 차원에서 득이 되지 않는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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