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연휴 직전에 인선을 마치고 얼마 전 첫 회의를 가진 문재인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늦깎이 출범했다. 4차산업혁명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결론적으로 '잘 준비하면 기회가 되지만 그냥 방치하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자료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면 신규 일자리를 200만개 이상 창출할 수 있고, 만일 뒤처지면 기존 일자리 700만개 이상 잃을 수도 있다. 이제 4차산업혁명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기업·국민 모두에 '생존' 문제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민간 자율에만 맡겨둬야 합니까?” 지난 대선 기간에 치열하게 제기됐던 이 논의는 다른 선진국 추진 과정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독일은 메르켈 정부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정책의지로 4차 산업혁명 모범국가가 됐다. '하이테크전략2020' '인더스트리4.0', 최근 발표된 '디지털 전략(Digital Strategy)2025' 새롭게 개선된 '플랫폼 인더스트리4.0' 등 지속적으로 정부 혁신정책을 다듬어 왔다.
중국은 시진핑의 강력한 리더십과 정부 역량을 최대한 집중해 4차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제조2025' '인터넷플러스 전략' 등 강력한 정부 정책으로 전기차, 드론, 로봇,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혁신네트워크' 'ICT연구기본계획' '두뇌주도전략(Brain Initiative)' 등 정부가 주도적으로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ICT 종주 국가로서 빅데이터, AI, 자율주행차, 드론, 3D프린팅 등 4차 산업분야에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는 '세계최첨단 IT국가 창조선언' '일본재흥전략2015'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종합전략2015' '로봇 신전략' 등을 발표하며 일관되게 4차 산업을 준비해왔으며, 기술 경쟁력 뿐 아니라 일자리 수요가 부러울 정도로 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 1차 회의에서 이전 박근혜 정부 실패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의 좋은 취지는 이어받아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정치에서 새로운 획을 그을 만큼 잘한 결정 같다. 이전 정권 또는 전임자 정책을 그 공과에 관계없이 모두 쓸어버리고 차별화를 추진하다 또 다시 중도에 그만기를 반복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 천명으로 보인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성공을 위해 몇 가지 건의한다면 먼저, 전국민이 혁신성장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온라인 '4차산업 정책일번가(가칭)'를 오픈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정부의 일하는 방식 변화를 위해 민관 인사 교류를 활발히 했으면 한다. 셋째, 실질적 실행 계획, 제도개혁을 위해 실무위원회, 태스크포스 등을 꾸려 정책을 다듬어 관련 법제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넘겨주길 바란다. 끝으로 4차 산업을 대표하는 10개 분야 전국 산학연 협력(컨소시엄) 경진대회(K-Contest)를 1년간 흥미진진하게 마련해 전국민의 관심, 참여, 감동, 자부심을 유도했으면 한다.
경쟁 국가가 민관협력으로 4차 산업혁명을 착실히 준비해왔던 지난 9년 동안 안타깝게도 조선, 해운, 철강 등 주요 산업이 줄줄이 추락했으며 자동차, 전자, IT산업 등이 중국의 급격한 추격 위기에 처하고, 중견·중소기업 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졌다. ICT 정책은 지속적 혼선, 세계 트렌드에 역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IMF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에도 전국민이 한마음으로 이겨냈고, 정보화도 초기에 뒤늦게 출발했지만 신속한 규제개혁과 시의적절한 정부정책과 민간의 창의성이 합해져 정보통신기술(ICT) 1등 국가를 이룩한 성공경험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란 말처럼 민관산학 모든 역량을 집중해 정부가 혁신 정책을 수립하고, 대기업이 혁신성장에 앞장서고 중소벤처기업이 도전적 혁신기술에 집중한다면 선도할 수 있는 잠재 저력을 가지고 있다.
내년은 연초부터 6월 지방선거로 정치권이 분주할 것이고, 그 이후 개헌 논의까지 더해지면 정치적으로 바쁜 한해가 될 것 같다. 결국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준비하는 데는 이번 정기국회가 매우 중요한 시기다. 다음 주말 국정감사가 끝나면 예산과 법률안 심의 국회가 열린다. 이제는 국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 미래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만든 혁신정책을 제때 심의, 의결해 적기에 정책 발효가 되도록 국회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국민 모두가 두 눈 크게 뜨고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모든 국회의원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관련 법의 신속한 제·개정에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수만 IT미디어연구소 원장 smchoi20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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